"추위에 떨다가 말투 어눌해지면 당장 응급실 가세요" [헬스노트]

천선휴 기자 2023.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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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35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심장·폐·뇌 등 기능 저하
역대급 한파에 12월 한달 한랭질환 환자 벌써 작년 수준
ⓒ News1 DB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최근 한파를 뚫고 설악산을 등반한 산악회 회원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엄청난 한파로 계획된 산악회 일정이 취소됐지만 50대 남성 A씨와 40대 여성 B씨는 추위를 뚫고 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결말은 비극이었다. 산에 오른 그들에게 연락은 닿지 않았다.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고 이들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근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칼바람까지 동반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극한 한파에 A씨와 B씨처럼 '따뜻하게 입었는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추위에 덤볐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10명으로 집계됐다. 추위로 사망에 이른 사람도 1명 나왔다.

이는 지난 겨울(2022~2023절기)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115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번 겨울은 집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110명의 환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 News1 DB

한랭질환은 △저체온증 △동상 △동창 △침족병 및 침수병으로 나뉜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이 경우 심장, 뇌, 폐 등 중요한 장기의 기능이 저하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몸 떨림 △피로감 △착란 △어눌한 말투 △기억상실 △졸림 등의 증상을 보이고, 유아는 △빨갛고 차가운 피부 △축 처짐 등의 특성이 나타난다.

윤영훈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고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병원에 가기 전엔 먼저 젖은 옷을 벗기고 담뇨나 침낭으로 감싸준 뒤 겨드랑이나 배 위에 핫팩 등 더운 물품을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를 먹이면 되는데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료를 먹이려다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체온을 끌어올리겠다며 술을 마시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신체에 잠시 열이 올랐다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데, 술에 취하게 되면 이를 인지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으므로 과음을 피하고 절주해야 한다.

동상·동창도 대표적인 한랭질환이다. 동상은 강한 한파에 노출되면서 표재성 조직(피부 및 피하조직)이 얼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코, 귀, 뺨, 턱, 손가락, 발가락 등에서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절단까지 해야 한다.

동창은 다습하고 가벼운 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혈류 장애로 인한 피부와 피부조직에 나타나는 염증반응을 말한다.

실제로 추위에 노출된 후 피부가 가려울 때 흔히 "동상에 걸렸다"고 말하곤 하는데 동상이 아닌 동창인 경우가 많다.

동상처럼 피부가 얼진 않지만 손상부위에 세균이 침범하면 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재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동상·동창이 의심될 때는 젖은 옷은 제거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바람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응급처치 후에도 촉감이나 피부색 등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응급실을 방문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침족병 및 침수병도 한랭질환 중 하나다. 이름도 생소한 침족병, 침수병은 10도 이하 물에 손이나 발이 오래 노출돼 발생하는 피부 짓무름 등의 손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축축하고 차가운 신발을 오래 신고 있을 때 침족병이 생길 수 있다.

침족병이나 침수병이 생기면 초기에는 가렵거나 무감각하고 저린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해당부위가 부어 보이고 피부는 약간 빨갛게 되거나 파란빛, 검은빛을 띠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물집이 생기거나 조직의 괴사, 피부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침족병이나 침수병이 의심되면 젖은 신발과 양말은 벗어 제거하고 손상부위를 따뜻한 물에 조심스럽게 씻은 후 건조시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랭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윤영훈 교수는 "한랭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가벼운 실내 운동, 적절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하고 영양분을 고르게 먹어야 한다"며 "외출하기 전에는 반드시 외부 온도를 확인해 적당한 옷차림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 온도도 항상 20도 정도로 맞춰서 저체온에 빠지지 않도록 하거 과도한 음주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 제공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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