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손흥민만 좋은 일"…저가커피 가맹점주들 '부글'

전다윗 2023. 12. 25.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컴포즈커피 가맹점주, '뷔 광고비' 연간 86만원 부담
"'월클 모델' 광고 효과, 가맹점주 대신 본사가 누릴 것"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월클(월드클라스) 모델'로 브랜드 홍보에 나서자 일부 가맹점주들의 한숨소리가 작지 않다. 광고비의 일정 부분을 가맹점주들이 분담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진율이 유독 낮은 저가커피 특성을 고려하면 가맹점주들이 감내해야 할 금액은 적은 편이 아니다. 더욱이 '광고 효과'를 가맹점주가 아닌 가맹본사가 대부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컴포즈커피가 BTS 뷔를 새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사진=컴포즈커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2위 컴포즈커피는 내년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BTS의 멤버 뷔를 새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뷔가 출연하는 광고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로 향후 TV와 유튜브, 가맹점 옥외광고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컴포즈커피는 뷔 모델 발탁 소식과 함께 광고 집행 비용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억원을 가맹점주들이 나눠 내야 한다고 공지했다. 컴포즈커피 가맹점은 전국에 약 2300여 개다. 가맹점들은 점포당 월 7만2000원씩, 1년 동안 총 86만원 부담해야 한다. 매장 유리창에 붙이는 광고 스티커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스티커 한 장당 20만~30만원 수준이다. 추가 비용을 따지면 가맹점주 1인당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광고비로 쓰게 된다.

회사 측은 전체 가맹점주의 78%가 뷔를 광고 모델로 쓰는 것에 동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맹거래법에 따르면 가맹점주 50% 이상이 사전에 동의하면 전 가맹점 대상으로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 판촉 행사는 75%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동의하지 않은 가맹점주 사이에선 "1년에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본사에서 광고비 부담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컴포즈커피는 아메리카노 1잔을 1500원에 팔아 박리다매를 노린다. 자연히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대비 마진율도 낮다. 커피 한잔을 팔면 평균 마진이 10%도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년 100만원이라고 하면 적어 보이지만, 저가커피 매장은 일 매출 100만원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본사에 내는 로열티, 월세, 인건비, 각종 요금 등을 제하면 한달에 손에 쥐는 금액은 많지 않다"며 "컴포즈커피 가맹점이 한달에 내는 로열티가 2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안다. (부담해야 할 광고비가) 적은 돈은 아닌 셈"이라고 설명했다.

메가커피 광고모델 축구선수 손흥민. [사진=메가커피]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1위 메가커피가 광고 모델인 축구선수 손흥민의 광고비 60억원 가운데 절반을 가맹점주가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가맹점별 부담해야 할 월 분담액은 12만원, 연간 144만원에 달했다. 매장 유리에 붙일 스티커는 한 장 당 30만원에 팔았다. 당시 메가커피 가맹점주들은 크게 반발하며 '가맹점주협의회' 구성까지 추진했다. 이러한 가맹점주 반발을 의식한 메가커피는 지난 9월 신규 모델로 계약한 걸그룹 '있지(ITZY)'의 광고비를 전액 본사에서 부담하며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과다한 비용 부담보다 더 문제인 점은 과연 '톱모델 효과'를 가맹점주들이 오롯이 누릴 수 있느냐다.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장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모델을 사용하는 건 본사 인지도를 높여 가맹점주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해외 진출까지 노리고 있으니 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가맹점주 입장은 다르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경쟁만 치열해져 되레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애꿎은 광고비만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협의회장은 저가커피 업체들이 광고비 분담이란 나쁜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보통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광고 모델을 선정할 때 광고비는 본사가 부담해 왔다. 메가커피의 손흥민 광고 이후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를 일정 부분 떠넘기려 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