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민원에 교사 숨지고 외부인 교사 피습까지[결산 2023]
대전교육청, 내년도 학생 교육활동·교육환경 지원 중점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대전지역 교육계는 올해 교육 현장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가장 큰 이슈는 교권 회복 운동이었다.
지난 7월18일 서울 서이초에서 2년차 신임교사가 극단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1학년 담임이었던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지속해서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직 사회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국적으로 교사들은 숨진 교사의 49재에 맞춰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 연병가 투쟁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연·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경고했고, 대전시교육청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전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체험학습마저 불가능하다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렸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교사들은 크게 반발했고 항의의 표시로 대전시교육청 앞으로 수십여개의 근조화환을 보냈으며, 공교육 멈춤의 날 당일에도 많은 교사들이 단체 행동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7일 대전에서 20년차 초등 교사마저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일어났다.
특히 숨진 대전 교사는 4년간 특정 학부모들로부터 집요한 민원 제기, 아동학대 고소로 고통받아왔지만 교장, 교감에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인의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전하는 설동호 교육감을 앞에 두고 교사들이 등을 진 모습은 정당한 교육활동에서조차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은 교육 당국을 향한 교사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재 대전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8명과 당시 고인이 있던 학교의 교장, 교감 등 총 10명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유족과 대전교사노조가 대전시교육청에 순직 유족 급여 청구서를 제출하며 순직 인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권 회복 운동 이후 국회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교권 보호 4법’을 통과시켰다.
대전시교육청은 교사들의 법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1교1변호사제’를 추진하고 악성민원 대응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교육활동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 8월4일 대전 대덕구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 피습 사건은 구멍 뚫린 학교 안전 관리에 경종을 울렸다.
정신 질환을 갖고 있던 A씨는 과거 교사가 자신을 괴롭혔다는 피해 망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
스승찾기 서비스를 통해 교사의 근무지를 찾은 A씨는 이후 학교에 침입해 흉기로 교사를 찌른 뒤 달아났다.
당시 학교에는 2명의 배움터지킴이가 배치돼 있었지만 외부인인 A씨를 학생으로 착각하면서 A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또 방문증도 착용하지 않았지만 30여분간 교내를 돌아다녔으며 범행 이후 학교 밖으로 도주까지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술한 학교의 외부인 출입 통제를 두고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전시교육청은 학교 안전 특별 점검 주간을 운영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으며 해당 학교의 학생·직원에 대해 특별상담을 진행했다.
내년 학교 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배움터지킴이 확대 운영(54억원) △학생 안전보호실·폐쇄회로(CCTV) 추가 구축(26억원) △교육가족 심리·정서지원(21억원) 등을 배정했다.
지난 5~7월에는 대전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의 파업으로 급식이 장기간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5월15일 학비노조는 5년째 표류 중인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학비노조와 대전시교육청이 근무일수, 자율연수 등 주요 쟁점 사안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됐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이 두 달이 넘게 제공되지 않으면서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학교 파업 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국가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달라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대전시교육청과 학비노조는 파업 73일 만에 단체 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방학 중 비근무자 개학준비일 연간 10일 보장(집합연수 3일 포함) △상시근무자 학습휴가 3일 추가 △2025년 1인당 식수인원 103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파업 기간 동안 대전 34개 학교에서 노조원 155명이 참여했다.
반면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적잖은 성과도 냈다.
△무상급식비 단가 10% 인상 △공사립유치원 행·재정적 지원와 함께 △초등 늘봄학교 시범교육청 운영 △공립온라인학교 신설 지원사업 선정 △동명중 특성화중 지정 등 새로운 정책과제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며 대전형 우수모델을 마련했다.
주요 성과는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교육청 달성 △지방교육재정 최우수 교육청(시지역 1위) 선정 △대한민국 SNS 대상 교육기관 부분 대상 수상 △교육부 주최 방과학후학교 우수사례 공모전 늘봄 부분 우수사례 선정 △시·도교육청 국가시책 추진 실적 최우수기관 등이다.
대전시교육청은 2024년에 학생 교육활동과 안전한 교육환경 지원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늘봄학교, 대덕연구개발특구과의 연계로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에 도전해 인재들이 지역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보통교부금 예정교부액이 줄면서 2024년 본예산이 올해보다 3548억 적은 2조 7068억으로 감소해 주요시책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교육청은 재정여건 악화가 장기화하면 그동안 적립해 놓은 기금을 사용해 교육정책의 안정적인 추진에 노력한다는 구상이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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