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콩 ELS 배상안 내년 3~4월 나올듯.. '투자자 책임' 관건

권화순 기자 2023. 12.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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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투자자 책임원칙 훼손되지 않아야" 언급...과거 DLF 자기책임 20%보다 올라갈듯

홍콩 H 지수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 배상기준이 해를 넘겨 내년 3~4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은 홍콩 ELS 만기 도래 규모가 가장 많은 달이다. 금융당국은 12개 판매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접수된 민원 사례를 감안해 구체적인 배상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투자자의 자기책임 범위를 얼만큼 볼 것이냐가 배상기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만기도래 가장 많은 내년 3월~4월 배상기준안 나올듯...가입자 10만명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소비자 민원, 분쟁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등의 추가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금융당국은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ELS관련 합동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투자자 손실 발생 가능성 등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홍콩 ELS의 내년 상반기 손실액은 약 3조~4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TF에서는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에 대한 배상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확정되기 전 배상기준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올해를 넘겨 내년 3~4월쯤에 구체적이 배상 기준이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4월은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가 가장 많은 달이다. 내년 1월 8000억원, 2월 1조4000억원 규모로 만기가 도래하며 3월에는 1조6000억원, 4월에는 2조6000억원 규모로 점정을 찍는다. 5월과 6월에도 각각 1조3000억원, 1조5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약 14조원 가운데 상반기에만 약 9조원이 쏠려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 ELS는 가입자 수가 많고 판매 규모도 크기 때문에 개별 사례별로 따져봐야 할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가입자와 금융회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양쪽 상황에 대해 충분히 듣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양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배상 기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ELS 가입자 수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한 사람당 2~3개씩 중복 가입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판매건수는 40만건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일괄 배상기준이 적용된 해외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의 가입자는 약 3000명이었다. 반면 홍콩 ELS는 가입자가 이보다 30배 가량 많아 배상기준안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진행한 12개 판매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사례, 향후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는 사안 등을 감안해 배상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금융위 "자기책임 원칙 훼손되지 않아야"...DLF때 20% 자기책임, 이번엔 올라갈듯
홍콩 ELS 배상기준의 핵심은 결국 '투자자 자기책임'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 DLF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문제였고, 라임펀드는 '사기'로까지 논란이 확대됐으나 홍콩 ELS는 판매기간이 10년이 넘는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다른 상품과는 상황이 다르다. 가입자의 90%가 재투자자인만큼 "원금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이 분쟁조정 과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2일 합동점검회의에서 이세훈 사무처장은 "불완전판매 등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신속하고 합당한 피해구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구제절차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대응에 있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줄 것"을 강조했다.

지난 2019년 DLF의 배상기준에서는 투자자 자기책임 범위를 손실의 20%로 봤지만 홍콩 ELS는 자기책임을 이보다 훨씬 높게 잡을 것으로 보인다. 100% 손실 가능성이 있는 DLF와 달리 홍콩 ELS는 손실 가능성이 평균 50% 수준으로 낮다는 점도 배상기준을 마련할 때 참고 사항이 될 수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 보호법 시행 이후 나오는 첫 배상기준인 만큼 이번에 제시되는 자기책임 범위가 향후 분쟁조정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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