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주서 탄 '장애인 콜택시' 서울에선 못 타?…法 "300만원 배상하라"
하체가 아닌 상체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장애인 콜택시 탑승을 거부당한 황모(48)씨에게 서울시와 시설공단이 배상하라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황씨가 서울시와 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 중지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시와 시설공단이 황씨의 콜택시 탑승 요청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1심과 달리 판단한 것이다.
하체든 상체든 중증장애는 '중증장애'
하지만 서울에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듭 거부당했다. 이에 황씨는 서울시와 공단을 상대로 '택시 이용을 허가하는 구제조치를 하고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장애인 차별 중지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콜택시 이용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만 차별은 아니었다"는 이유로 황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황씨는 '종합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면서 '지체(상체)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지만, '하체장애는 심하지 않다'는 판정받은 바 있다. 황씨는 경추척수증을 앓고 있는데 경추척수가 상체 부분이라 상체장애가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된 것이다. 하지만 황씨는 혼자 걷기 힘든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시가 황씨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한 것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를 차별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황씨의 하지 장애가 심하지 않아 요청을 거부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하지가 절단됐다면 무조건 보행상 장애이고 하지가 절단되지 않았더라도 언어 장애 등 그밖의 이유로 보행상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행상 장애 정도를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어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교통약자법의 입법 취지에 대해 "어느 부위의 장애든 장애의 정도가 심해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어려운 사람에게 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리적 제한? '자의적 판단' 염려돼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서울시의 조치가 반드시 '합리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용 대상의 범위만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법령상 피고들이 주장하는 개념인 '보행상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내지 '심한 보행상 장애'를 판단할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는 '자의적 판단의 염려가 없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와 공단은 콜택시 탑승 요건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하지 장애의 정도가 심해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좁게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황씨는) 대전, 부산, 제주 등지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며 "원고(황씨)가 이 사건 거부행위 이후 현재까지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서울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고에게 큰 불편을 주었을 것인 점, 원고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다른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을 이동상 어려움의 정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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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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