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 된 이준석, '정치신인' 한동훈 등판에 입지 줄어드나

손영하 2023. 12. 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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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출범이 임박하면서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기득권인 친윤석열계 지도부를 제물 삼아 존재감을 키운 이 전 대표지만, '정치신인'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간의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이 전 대표의 상징적 의미를, 한 전 장관이 잠식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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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27일 국민의힘 탈당 예정
예상치 못한 한동훈 등판 돌발 변수
천아용인 균열... 김용태 탈당 안 해
한동훈(왼쪽 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출범이 임박하면서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기득권인 친윤석열계 지도부를 제물 삼아 존재감을 키운 이 전 대표지만, '정치신인'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간의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이 전 대표의 상징적 의미를, 한 전 장관이 잠식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한동훈과 공감대 형성도 촉박

이 전 대표는 한 전 장관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 이후에도 탈당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한동훈호 출범까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27일로 탈당 날짜를 못 박았지만, 한 번 빼든 칼을 거둘 명분도 마땅치 않은 게 이 전 대표의 현실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4일 "한 전 장관과 극적으로 당의 미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진다면 눌러앉힐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 등장으로 이 전 대표 신당 세력화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 전 대표 측근 그룹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균열 조짐이 대표적이다. 탈당 거부 의사를 밝힌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최근 "당내에서 혁신하고 당내에 남는 것이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다양성을 저 스스로 한번 증명해 보이겠다"고 이 전 대표 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허 의원은 27일 이 전 대표 탈당 기자회견에 동행할 예정이지만, 동반 탈당 의사를 밝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인 경기도의원만 이 전 대표와 한배를 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콘서트에서 천아용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이준석 전 대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뉴시스

한동훈 한계에 주목하는 이준석

한동훈 비대위 공식화 이후 이 전 대표도 한 전 장관의 한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나는 한 전 장관이 정치하는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며 "국회에 왔을 때 김건희 여사 관련 진땀을 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 전 장관이 비판할 수 없는 대상이 명확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 등 한 전 장관이 직면할 상황을 돌파하기 힘들다는 해석으로 들린다. 지적대로면 '윤심(尹心)'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동훈 비대위를 고리로 이 전 대표가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여권에서는 한 전 장관의 최대 장점으로 기성 정치에 부채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 한 전 장관은 정치인들의 언어를 "여의도 사투리"로 부르며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고 자신했다.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 의미의 정치에 대해 멀리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장관의 모습에 당에서도 "탈진영 정치, 탈팬덤 정치 시대를 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어제와 전혀 다른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라는 기대가 나온다.

눈여겨 볼 부분은 한 전 장관을 향한 이런 반응이 과거 이 전 대표가 받던 기대와 겹친다는 점이다. 더구나 3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치 입문 12년이 넘은 이 전 대표는 집권당 대표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여의도 구력만 놓고 비교하면 한 전 장관과 비교해 '고인물'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게 이 전 대표 처지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 전 장관이 보여줄 정치적 역량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미래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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