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목화밭 출신”…헤일리, 트럼프 텃밭 공략하며 대추격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유엔 미국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51) 미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가 경선 초반 판세를 좌우해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州)에서 트럼프 지지율을 오차 범위 내까지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헤일리는 ‘합리적·실용적 보수주의’를 내세워 당내 중도층을 급속도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23일(현지 시각) 헤일리가 ‘트럼프 대항마’로 본격 주목받자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을 측근과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미 여론조사 기관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14~20일(현지 시각)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 경선에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 600명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지지율은 33%로 헤일리(29%)와 격차가 4%포인트였다. 두 사람의 지지도가 오차 범위 내로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어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6%,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 5%였다.
지난 18~19일 세인트안셀름컬리지 여론조사 센터 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로부터 트럼프는 44%, 헤일리는 30%를 각각 받아 지지율 격차가 14%포인트였다. 지난 9월 조사 당시 트럼프(45%)와 헤일리(15%) 간 격차(30%포인트)에서 차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계 이민 2세로 보수 성향인 헤일리는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재직 당시 진보 진영이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지목한 ‘남부연합기’ 퇴출에 앞장서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2017~2018년 유엔 대사로 재임하면서 네 차례에 걸쳐 대북 경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과 발언으로 지명도를 키웠다.
헤일리는 내년 1월 15일 치러지는 중부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 대회)와 1월 23일 두 번째로 열리는 뉴햄프셔주에서 최대한 트럼프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내년 2월 23일 자신의 정치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 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헤일리는 민주당 성향이 비교적 강한 뉴햄프셔주에서와는 달리 전국적으로는 트럼프에게 40~50%포인트의 큰 차이로 뒤지고 있다. 로이터는 여론조사 전문가 8명을 인터뷰한 뒤 “헤일리의 최근 선전은 트럼프의 극단적 발언과 각종 ‘법적 리스크’에 지친 공화당 내 고학력·고소득층들의 지지 상승에 따른 현상”이라며 “트럼프를 이기려면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자 계급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이날 보도했다. 헤일리가 트럼프와 비교해 합리적인 이미지로 호감도는 높지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통칭되는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 없이는 본선에 진출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헤일리는 ‘교외 노동자 계급’의 지지세를 확대하기 위해 아이오와주 농촌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보낸 TV 광고에서 “나도 목화밭과 농장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헤일리와 4%포인트까지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소셜미디어 글에서 “사기”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일리의 지지율 상승을 눈여겨본 트럼프가 참모들에게 ‘(부통령으로) 니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근들은 헤일리가 2021년 ‘1·6 연방 의회 난입 사태’ 직후 “트럼프는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등을 돌린 점 등을 들어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헤일리는 고령의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를 싸잡아 75세 이상 고령 정치인의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니키 헤일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태생의 정치인. 부모는 인도 펀자브주에서 온 시크교 이민자다. 헤일리는 미국인 남편을 만나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에 이어 미국에서 교수를 지냈고 어머니는 교사를 하다가 의류 사업으로 성공했다. 어머니 일을 돕던 헤일리는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경력을 쌓다가 시의원과 주 하원 의원을 거쳐 39세에 전국 최연소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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