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럽은 프랑스 핵무기로 러시아 견제해야”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2. 2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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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쇼이블레 전 연방하원의장
볼프강 쇼이블레 전 독일 재무장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대전 이후 최대 안보 위협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 국가들이 안보 강화를 위한 파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독일에서는 “프랑스의 핵무장 강화를 도와 러시아에 대한 유럽 차원의 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평화주의 기조가 강했던 북유럽 국가들은 잇따라 미국과 군사 협정을 맺고 미국의 안보 우산에 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독일 원로 정치인 볼프강 쇼이블레 전 연방 하원 의장은 23일(현지 시각) 독일 일간 벨트 일요일판 ‘벨트암존탁’ 인터뷰에서 “푸틴이 (유럽에) 핵 공격을 하겠다고 끊임없이 위협하는 마당에 우리도 ‘유럽 차원의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독일은 유럽 공동의 핵 억지력을 위해 프랑스의 핵전력 강화에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이 유럽의 안전 보장을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푸틴의 공격에 촛불을 들고 맞설 수는 없다”고도 했다. 그는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재무·내무 장관 등을 지내고 동·서독 통일 조약 협상을 주도한 유명 정치인이다.

현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 미국의 전술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과 독일에선 러시아와 긴장 고조 상황 등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이웃인 프랑스 핵무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프랑스는 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2023년 현재 핵탄두 약 300개를 보유,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뒤를 잇고 있다.

최근 EU와 미국의 군사 협력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이달 들어 북유럽과 발트해 주변 6국이 미국과 다년간의 방위 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스웨덴, 18일 핀란드, 19일 덴마크가 각각 미국과 방위 협정에 서명했고 22일에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이 미국과 기존 방위 협정을 갱신했다.

이 국가들이 미국과 맺은 방위 협정은 미군의 자국 내 군사기지 주둔 및 작전 수행을 허용하고, 유사시 사전 허가 없이도 미군 병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미군이 자국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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