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代이은 나눔… 아내·아들도 아너 회원

조유미 기자 2023. 12. 25.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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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너 소사이어티]
[5] 대전 1호 ‘기부 명문가’ 이승호 원장
지난 15일 오후 대전 대덕구 경북한의원에서 대전 1호 ‘나눔명문가’로 선정된 이승호 원장(가운데)과 아내 김명순씨(왼쪽), 아들 이경채씨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나눔명문가’는 가족 중 3명 이상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에 가입하면 선정된다./신현종 기자

‘기부 천사’가 늘고 있다. 대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승호(59) 원장은 지금까지 14억원이 넘게 기부했다. 약사인 아내와 의사인 아들도 1억원 기부 약정을 했다. 가족 중 3명 이상이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에 가입하면 ‘나눔 명문가’로 선정되는데, 이 원장 가족은 지난해 대전의 1호 ‘명문가’가 됐다. 2008년 첫해 6명으로 시작한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회원은 올해 12월 기준 3299명으로 늘었다. 누적 기부액(약정 포함)은 3741억원에 달한다.

대전에서 경북한의원·경희바른의원을 운영하는 이승호 원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경북 상주 산골짜기 마을의 한의사였다. 이 원장은 생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왕진비’도 없이 바쁘게 오가던 아버지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사비를 털어 쌀과 연탄을 사서 이웃들을 돕는 것도 다반사였다. 이 원장은 “아버지도 아픈 이웃에게 약재를 나눠주던 할아버지 모습을 보고 컸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부도 유전일까. 이 원장은 2004년 사회복지모금공동회에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며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2020년엔 약사인 아내 김명순(58)씨가, 작년엔 의사 겸 한의사인 아들 이경채(32)씨가 ‘아너’ 회원이 됐다. 대전에서 첫 번째 ‘나눔 명문가’로 선정됐다.

지난 15일 오후 대전 대덕구 ‘경북한의원·경희바른의원’에서 대전 1호 ‘나눔명문가’로 선정된 이승호 원장(가운데)과 아내 김명순씨(왼쪽), 아들 이경채씨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원장은 기부를 하면 “저절로 체온이 올라가는 듯한 행복감이 든다”고 했다. 이 행복감을 가족도 느끼길 바랐다. 3년 전 아내에게도 아너 가입을 권했다. 그동안 아내도 의료 봉사와 도시락 나눔 등을 하는 남편을 도왔다. 아내는 “어차피 쓸 돈,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며 흔쾌히 승락했다. 지난해 이 원장은 아들에게 “아빠가 아너 가입비 1000만원을 빌려 주겠다. 제대 후 스스로 돈을 벌어 갚으며 약정 기부를 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당시 시골 공보의로 근무하던 아들은 “아버지가 하셨으니 당연히 저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내년에 서른이 되는 딸도 아너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다는 아들과 딸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젊을 때부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독거노인과 저소득 주민을 위한 무료 한방 진료를 하고 있다. 수해 지역 자원 봉사도 나가고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전기 장판과 밥솥 등을 사드리기도 했다. 2000년쯤 아내와 가전 매장을 방문했다가 이벤트에 당첨돼 50인치 TV를 받게 됐다. 용처를 고민하다 기부를 결심하고 아들과 집 근처 복지 시설을 방문했다. 힘든 어르신 25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 원장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어 아들에게 “아빠가 할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 뒤 바로 대전 대덕구의 동사무소(주민센터)를 찾아가 기부 방법을 물었다. 이 원장은 “어려운 이웃에게 체계적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이후 본격적으로 기부에 나섰다”고 했다.

15일 오후 대전 대덕구 경북한의원에서 대전 최초 나눔명문가 가족에 이름을 올린 이승호 원장과 아내 김명순씨, 아들 이경채씨가 활짝 웃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 원장은 올해까지 14억4600여 만원을 기부했다. 나누는 행복에 빠지면서 2012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회장도 맡았다. 그는 “어르신들께 보약이라도 해 드리는 날이면 내 손을 꼭 붙잡고 ‘그저 고맙다’고 해주신다”며 “내가 잘한 것 같으면서도 행복한, 그런 미묘한 기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도 나눔을 권한다. “1만원을 기부한다면 1만원 만큼만 기쁘겠느냐”며 “그 이상의 행복이 돌아온다는 건 내가 장담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 원장 권유로 아너 회원이 된 ‘기부 천사’만 8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는 “가족이 반대하면 선뜻 기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마음 가는데 돈 간다’는 말처럼 첫발을 떼면 할 수 있고, 나눔을 시작한 뒤 후회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고 했다.

그는 가장 행복했던 기부 순간으로 4년 전쯤 한 학생이 찾아와 “원장님처럼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를 꼽았다. 이 원장이 교복을 지원한 학생이었다. 이 원장은 2008년부터 10년 간 대전 대덕구의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교복 지원 사업을 했다. 1500명 이상 학생이 ‘교복 선물’을 받았다. 그는 “아들이나 딸에게 선물을 줄 때 보답을 바라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보답을 바라진 않지만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그 학생이 찾아왔을 땐 참 좋더라”고 했다. 이후 학생은 이 원장처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을 받았다. 30년간 기부와 무료 진료 등 나눔을 실천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최근엔 ‘새 보금자리 만들어주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구청이 추천한 주거 취약 계층에 보증금과 침대·냉장고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1년에 10명 이상 이웃에게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15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당시 “평생 못 걸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조금만 더 건강하게 살아서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그 마음 덕분인지 당시 2주 만에 털고 일어났다”며 “그때 다짐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문의 080-890-1212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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