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찍겠다” “동성결혼 지지”... 좌파가 된 AI
내년 대선 투표 묻자 “바이든”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좌파 성향을 띠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유명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을 비롯해 우파 유명 인사들은 AI 그록이 성소수자 및 동성 결혼을 지지하거나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신 조 바이든을 뽑겠다’고 한 응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그록의 좌파 성향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그록 개발을 진두지휘한 머스크는 그록의 정치 편향을 개선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민감한 문제에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본인처럼,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따르지 않는 AI를 만들고자 했다. AI에 소수자 배려와 다양성 지지 같은 좌파 정치 신념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머스크는 “그록은 ‘워크 바이러스(woke mind virus)’에 감염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크’는 ‘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PC주의를 뜻한다.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 일명 ‘깨시민’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보수 진영에 따르면, 그록은 머스크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초기 그록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욕설이나 농담을 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진보 진영 이념에 기운 듯한 답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슨은 “그록은 이슬람 세계의 빈곤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슬람 국가의 부패에 대한 언급 없이 서방 세계의 착취 탓만 했다”며 “급진 좌파의 설명에 의존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IT 전문 매체 지디넷은 ‘2024년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 반드시 둘 중 한 명을 택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록은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는 여성인가’라는 질문에 그록은 “트랜스젠더도 여성이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AI의 좌파 성향은 그록뿐 아니라 챗GPT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AI 연구자 데이비드 로자도는 정치적 질문에 대해 챗GPT가 온건 좌파 성향을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그록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좌파 성향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그록의 좌파 성향 원인에 대해 “안타깝게도 그록이 훈련되는 기반인 인터넷에는 ‘깨시민 난센스(woke nonsense)’가 넘쳐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블로그 등에 좌파 성향 글과 콘텐츠가 더 많기 때문에 이를 학습한 AI가 그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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