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납 대주주도, 현금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
정부가 상속세로 현금 대신 받은 4조7000억원 규모의 넥슨 지주사 지분 1차 매각이 불발됐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은 상속세로 지분 29.3%의 주식을 물납했고, 정부가 이를 공개 매각하려 했는데 입찰 참여자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대주주 측은 상속세 부담에 허덕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현금화에 애먹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유족이 물납한 지분의 금액 자체가 워낙 큰 데다 유족이 경영권을 지킬 만한 지분(69.34%)을 갖고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 지분을 매입할 매력이 적은 탓이다. 그렇다 보니 자금력 있고 한국 게임 기업에 관심 있는 중국 텐센트나 사우디국부펀드(PIF) 등 해외 큰손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우디국부펀드는 이미 넥슨 본사인 넥슨 재팬의 지분 8.14%를 보유하고,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이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 넷마블의 3대 주주이다. 상속세를 걷으려다 한국 대표 게임회사의 2대 주주 지분을 해외 자본에 넘기게 될 수도 있다.
넥슨 유가족이 현금 대신 정부도 감당 못할 규모의 주식으로 물납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징벌성 상속세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 주주에는 20% 할증까지 붙어 실제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미국(40%), 프랑스(45%), 독일(30%)보다 높고, OECD 평균(15%)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기업 승계조차 ‘부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으로 고율의 징벌적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대주주는 가업을 포기하거나 세금 내려고 회사를 팔아야 할 지경이다.
5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일본조차 일정 요건만 갖추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사업 승계 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 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보다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이 고용 유지 등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는 사람도 괴롭고, 받는 정부도 애먹는 징벌적 상속세를 그냥 놓아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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