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배상책임 첫 인정 ‘형제복지원’ 추가조사 시급

2023. 12.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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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피고는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사법부가 국가 책임을 명시했으니 만시지탄이다.

형제복지원 손해배상소송은 여러 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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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인권침해, 소멸시효 적용안돼” 실체적 진실 밝히는 노력 서둘러야

사법부가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검찰이 최초 수사에 나선 지 3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피고는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청구금액 203억 원 중 70%가 넘는 145억8000만 원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 측 주장은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가의 강제수용은 영장주의와 법률을 위반한 “위법”으로 규정했다. 뒤늦은 진실 규명과 ‘지체된 정의’ 탓에 평생 고통 받았을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 형제복지원의 비극이 알려진 건 1987년이다. 검찰은 수많은 사람이 강제로 끌려가 노역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미성년자도 상당수였다. 반면 사법적 단죄는 지연됐다. 주범인 박인근(2016년 사망) 원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박 원장의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비상상고(2018년)도 대법원이 기각했다. 국가차원의 배상 물꼬가 트인 건 지난해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 명이 수용됐다. 학대 사망자만 657명”이라고 확인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사법부가 국가 책임을 명시했으니 만시지탄이다.

형제복지원 손해배상소송은 여러 건 진행 중이다. 이제 첫 선고가 났을 뿐이다. 원고들의 연령과 건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실체적 진실이 100% 밝혀진 것도 아니다. 지금도 진실화해위가 조사 중인 사건이 700건 넘는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 취지에 따라 피해자 명예회복과 함께 배상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 기본권을 지키지 못한 지난 잘못을 속죄히는 길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우를 범한다면 두고두고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 참에 형제복지원의 ‘복제판’으로 불리는 영화숙·재생원 진상조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 영화숙·재생원은 1960년대 부산 사하구에 실존했던 집단수용시설로 강제 연행·구타·노역이 자행됐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8월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부당한 공권력 집행은 민주주의를 흔든다. 부마민주항쟁과 5·18광주항쟁이 잘 보여준다. 형제복지원 소송 역시 국민 인권을 유린했던 과거 정권의 과오를 밝히는 과정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12·12 군사반란을 다시 단죄한 것처럼 ‘불의’는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교훈을 남겨야 권력기관도 스스로를 경계한다.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많다. 박 원장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행방 추적은 여전히 실체에 다가서지 못했다. 당시 정부·부산시 공무원과 경찰의 유착도 묵인해선 안 된다. 그게 우리 사회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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