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다섯 번째 사계절을 준비하며

김태유 청년문화 기획자 2023. 12.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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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청년문화 기획자

지역에서 주민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사계절 내내 문화로 꽃피워 보자고 5년 사업인 사계절 벚꽃장 사업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운영해 왔다.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교류할 기회가 적은 우리 지역에서도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고 즐길 거리가 생겼다며 다들 반가워했고 나름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브랜딩 해왔다. 지역 주민들은 계속해서 다음 사계절 벚꽃장은 뭘하느냐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 사업이 5년을 채우지 못한 채 4년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사업을 운영하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팀들과 우리는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우리 사업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성행하던 많은 사업들이 종료되는 시점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졌다. 특히, 우리와 해온 시간을 믿고 함께 하기로 약속한 많은 사람들과 자원들이 있는데 그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나는 혼자서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해 온 벚꽃 기획단과 의논과 모색의 시간을 가졌고 사례 탐방도 다녀왔다. 그 사이 우리가 운영해 온 사계절 벚꽃장은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제주도에 가서 사례 발표까지 하게 되었고 여러 인터뷰도 진행했다. 인정받고 축하받는 것과는 대비되게 다음 단계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마저 들었지만 멈출 순 없었다.

그래서 우린 그동안 고민해 온 자생의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물론, 어렵고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꿈꿔온 것들을 멈추기에는 이미 너무 큰 꿈을 꾸었고 많은 길을 걸어왔다. 지원뿐만 아니라,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꿈꿔온 것들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제주도 푸른 밤에 결기를 다졌다. 만나서 쉬기로 한 시간에도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어떤 방식이 필요할지 서로 의논했고 우리의 이야기는 새벽이 될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사실, 리더가 되어야 하는 나를 포함해 함께 해주는 주민들,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들 모두 이번 겨울은 매우 혹독하게 추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로 시작한 꿈은 우리가 되었고 내가 리드를 해야 했던 팀이 이제는 나를 지켜주고 있다. 우리는 일단 내년 봄을 기다리며 올해 겨울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기로 하고 기록적인 추위가 이어짐에도 길에 나가 군고구마와 어묵을 팔기 시작했고 벚꽃이 필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어떠한 지원에 기대지 않고 우리 힘으로 올해 겨울, 소소한 벚꽃장을 준비하기로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소망을 나누고 함께 소원지를 걸고 자원 순환을 하며 먹거리를 나누는 겨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번 벚꽃장은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출사표가 될 것이다.

나는 사계절 벚꽃장을 운영하며 항상 이야기했다. 사업이 주어진 5년을 넘어서 6년째 사계절 벚꽃장을 준비하겠다고.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의심하거나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자는 시선들을 이겨낸 네 번의 사계절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고 우리는 그것을 증명해 보려고 한다. 아니,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해내고 꿈을 이루려고 한다.

그것이 아무리 혹독히 추운 겨울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역과 주민들에게 한 약속들은 지켜지도록,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힘써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해마다 그렇듯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고 겨울이 추울수록 봄에 만난 벚꽃은 더욱 반갑고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해온 네 번의 사계절과 지금의 겨울은 헛된 시간이 아니라 믿는다.

홀로 꿈꾸며 씨앗을 뿌리고 다니던 때와는 다르게 현재 내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료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모두 앞으로 자생으로 지속될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사계절 벚꽃장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 주고 있는 벚꽃기획단과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이외에 많은 주민들과 청년들,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봄이 오고 있으니 힘내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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