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서 70대 여성 3명 감전사… 올해만 세번째, 6명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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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앞두고 새벽 목욕을 하러 온 70대 여성 3명이 감전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목욕탕 감전사가 잇따르면서 올해에만 6명이 사망했는데 이를 두고 노후 목욕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당시엔 탕 안에 있던 피해자 3명 외에 여탕 탈의실에 2명, 탕 외부에 1명 등 총 6명이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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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누전 원인 추정… 정밀감식”
유족 “성탄 가족 3대 모임 앞두고…”
39년된 시설, 6월 안전점검 통과… 전문가 “노후목욕탕 별도 관리를”
● 39년 전 사용 승인… 올 6월 안전전검 통과
사망자들은 목욕탕 단골손님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한다. 이들은 이날 오전 5시 20분경 목욕탕 문을 열자마자 첫 손님으로 함께 들어왔다. 사고 당시엔 탕 안에 있던 피해자 3명 외에 여탕 탈의실에 2명, 탕 외부에 1명 등 총 6명이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후 탕 내부 등을 살펴보며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수탕 내부에서 피해자들이 쓰러진 걸 보면 탕 안으로 전기가 흘러 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탕 내부의 모터나 기포 발생기 등에서 발생한 누전이 원인으로 보이는데 정밀 감식을 통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이 목욕탕 건물은 1984년 12월 사용 승인됐다. 지하 1층은 여성 목욕탕,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성 목욕탕, 2∼3층은 모텔로 사용 중이었다. 이 목욕탕은 올 6월 전기안전 점검을 받았는데 큰 문제 없이 통과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건물이 워낙 오래돼 누전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우려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살펴본 건물 측면에는 배전함 밖으로 전선이 나온 채 방치돼 있었고 건물 뒤편에는 목욕탕 가동에 필요한 펌프와 파이프, 등유 탱크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피해자 3명의 빈소가 마련된 세종시의 장례식장에선 유족들이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의 막내아들 지모 씨(46)는 “어머니가 노인 일자리로 주방장 역할을 했는데, 일하러 나가지 않는 날이면 늘 찾던 단골 목욕탕”이라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3대가 모일 계획이었는데 사고가 났다”며 애통해했다. 손 씨의 남동생은 “오전 9시경 사고 소식을 접하고 부산에서 급히 왔다”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고”라며 탄식했다. 유족에 따르면 손 씨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요양원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봤다고 한다.
● 잇따른 감전사 “노후 시설 별도 관리를”
목욕탕에서 감전사가 발생한 건 올해만 3번째다.
올 10월엔 경북 구미시의 대중목욕탕에서 탕을 청소하던 부자가 감전 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은 당시 수중펌프로 물을 빼내는 배수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올 4월에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목욕탕에서 60대 남성이 감전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목욕탕 상당수가 노후화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일단락된 후 이용객이 다시 증가하면서 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목욕탕은 물에 부식돼 일반 건물보다 노후화가 빠르다. 40년 가까이 된 목욕탕이라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며 “지방자치단체가 노후 목욕탕에 대해 별도로 위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목욕탕의 경우 전류가 누설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해 주는 누설전류차단기 등 누전 감지에 특화된 차단기를 설치해야 하고 노후 목욕탕의 경우 월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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