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 규제에… 성탄 이브, 서울 대형마트 70곳 문닫아 불편

정서영 기자 2023. 12.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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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대형마트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의무휴업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 24일이나 25일에 의무휴업이 겹친 것은 법이 제정된 2012년 이후 네 번째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약 70개에 달하는 대형마트가 이날 문을 닫았고, 온라인 배송도 중단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2012년만 해도 대형마트는 유통 공룡으로 통했지만 이커머스 성장 등이 겹치며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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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강제 휴무’ 유통법 다시 도마
마트 없는 크리스마스 벌써 4번째… 서울 대기업슈퍼 158곳도 이용 못해
선물-먹거리 사러온 시민들 헛걸음
“낡은 규제에 마트-소비자 모두 피해”
2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인 킴스클럽 입구에 휴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들은 이날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받아 문을 닫았고, 크리스마스 선물 등을 사려고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24일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지만 의무휴업일 안내 공지문을 보고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외식비가 올라 집에서 조촐하게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려고 장을 보려 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와 대형마트 휴일이 공교롭게 겹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급하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새벽 배송으로 밀키트를 주문했다. 그는 “크리스마스가 대목이라 당연히 (마트를) 운영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2.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42)는 24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사주려고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아이들이 매장에서 장난감을 구경하는 걸 재밌게 여겨 갔지만, 이날 문을 닫은 것. 결국 차 타고 이케아 광명점에 가서 장난감을 샀다. 김 씨는 “광명 시내 대형마트가 모조리 문을 닫아서인지 이케아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며 “휴업 규제가 제각각이라 의아하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대형마트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의무휴업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 24일이나 25일에 의무휴업이 겹친 것은 법이 제정된 2012년 이후 네 번째다. 소비 채널의 주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변화상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가 소비자 불편을 키운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벌써 네 번째… ‘마트 없는 크리스마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약 70개에 달하는 대형마트가 이날 문을 닫았고, 온라인 배송도 중단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것은 2016년, 2017년,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서울에선 이마트 노브랜드와 이마트 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 총 158곳의 대기업슈퍼마켓(SSM)도 의무휴업 규제로 문을 닫았다. 이들 SSM까지 합하면 서울시내에선 총 228곳의 대형마트와 SSM이 영업을 못했다.

이는 매월 2차례 의무휴업을 강제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도 금지된다. 이 법은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휴업일을 정하도록 했는데, 서울시 각 자치구가 일요일을 휴업일로 정하며 다른 지자체들도 이를 따르게 됐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놓친 대형마트들은 아쉬움만 삼키고 있다. 한 대형마트가 지난해 12월 23∼24일 매출을 12월 하루 평균 매출과 비교한 결과 한우는 2배, 생선회는 1.5배, 와인과 완구는 각각 3배가량 많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이브는 평일보다 사람이 3배 몰리는 대목이라 장사를 안 하면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진다”고 했다.

● 마트 ‘역차별’에 소비자 불편

전문가들은 온라인 소비가 급증한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가 유통산업을 옥죄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2012년만 해도 대형마트는 유통 공룡으로 통했지만 이커머스 성장 등이 겹치며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 39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34조773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이 38조4978억 원에서 209조8790억 원으로 폭증했다. 규제 취지였던 전통시장 활성화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13년 1502개에서 2021년 1408개로 줄었다.

오히려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난 온라인 플랫폼이나 이케아, 다이소, 식자재마트 등으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며 대형마트가 역(逆)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유통학회 등의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의 70.4%가 대형마트 규제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 손해라고 답했다.

규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의무휴업일이 바뀌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내년 1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꾼다. 대구시, 충북 청주시 등도 의무휴업일을 옮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를 일률적으로 억제하기보단 부진한 부분은 살려야 유통산업 발전이라는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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