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나만의 글자 디자인
새해 초 시작할 디자인 강의를 위해 강의 계획을 짜고 있다. ‘글자 디자인’이란 분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서체 디자인으로 ‘나만의 글자’를 갖게 되면, 늘 읽고 쓰는 한글을 새로운 표현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예전에 만난 수강생 중엔 자신이 쓴 시(詩)에 어울리는 글자를 만들려고 강의를 듣는 분이 있었다. 디자인 프로그램의 기초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지만, 그려진 글자가 화면에 출력되는 순간 그분이 보인 희열은 대단했다.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도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는 분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쓴 손 글씨를 폰트로 만들려는 수강생도 있었다. 또 좋아하는 책의 문구를 활자로 만들고 싶어 신청했다는 수강생,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걸그룹의 영문 로고를 한글 버전으로 만들어 보려던 수강생도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여러가지 동기로 한글 서체 디자인을 배우겠다는 수강생들을 만나면서 디자이너인 나의 지평까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취미 부자’가 되기 좋은 시대다. 배우려는 생각만 있다면 정보를 접하기 어렵지 않다. 웨이트 트레이닝, 테니스, 클라이밍 같은 운동부터 코딩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한글 디자인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글자 구조를 익히고 직접 그리는 연습을 통해 글자뿐 아니라 그 글자로 쓰인 글의 의미까지 되새길 수 있다.
며칠 전 한 후배가 청첩장을 보내왔다. 그도 글자 디자인을 배웠다.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기성 폰트를 쓰지 않고 직접 그린 초대 문구의 디자인은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한글 디자인은 이처럼 표현하는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력을 꾸준히 갈고 닦을 경우, 작업을 의뢰받아 부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지금은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한글 디자인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배워 취미처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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