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좌편향” 비판했던 머스크의 AI도 “바이든 최고” 편향 논란
그록 “트럼프, 역사상 최악 대통령
이슬람 빈곤은 서방 착취 탓” 답변
“생성형 AI 정치적 편향성 보완 필요”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선보인 생성형 AI 챗봇 ‘그록(Grok)’이 ‘내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굴 뽑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변이다. 프리랜서 기고가인 랜스 휘트니는 21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지디넷 기고문에서 “‘반(反)워크(woke·깨어 있음)’를 표방한 그록은 얼마나 다른지 실험해 봤더니 결과는 예상과는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오픈AI의 ‘챗GPT’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에 반기를 들고 출시된 그록 또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상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는 생성형 AI 챗봇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답변을 내놓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AI 챗봇이 “(극우 성향) 혐오 발언을 일삼는다”고 지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좌파 성향)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치중한다”고 비판한다. 내년 미국 대선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선거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생성형 AI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그록 “트럼프 최악, 바이든 최고”
머스크는 ‘최대의 진실을 추구하는 AI’를 기치로 이달 8일 그록을 선보였다. 미국 우파가 PC 과잉을 비꼬는 표현인 ‘워크’를 거론하며 이를 거부하는 챗봇이라고 내세웠다. 하지만 그록이 좌편향 답변을 내놓자 우파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휘트니는 그록에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과 최고의 대통령을 꼽아 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록은 각각 5명을 꼽았는데 1950년 이후 대통령 중에는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악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최고에 이름을 올렸다.
23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보수 성향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는 20일 X에 “그록은 이슬람 세계 빈곤의 원인을 해당 국가의 부패 대신 서방의 착취에 돌리는 등 급진 좌파적 설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챗GPT만큼 ‘워크’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록은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규정한 사람)은 실제 여성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답했다.
WP는 “그록이 출시 2주 만에 좌파 성향 답변을 제공한다는 우파 진영의 불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그록이 훈련하는 인터넷은 ‘워크’ 난센스로 가득 차 있다”며 “더 나아질 것”이라고 X에 밝혔다. AI가 훈련하는 인터넷상의 데이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뜻이다.
● 챗GPT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
지난해 말 챗GPT가 등장한 이래 생성형 AI 챗봇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미 야당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보좌관은 올 2월 X에 “챗GPT가 바이든 대통령을 찬양하는 시는 쓴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시는 ‘정치적 콘텐츠는 제작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면서 관련 화면 캡처 사진을 올렸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올 8월 퍼블릭초이스 저널에 챗GPT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이념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챗GPT 답변은 미 집권 민주당, 영국 노동당, ‘남미 좌파의 대부(代父)’인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같은 진보 성향에 가까웠다. 같은 달 미 카네기멜런대, 워싱턴대 및 중국 시안교통대 공동 연구진도 생성형 AI 챗봇 중에서 챗GPT가 가장 진보 성향, 구글 바드는 중도 성향, 메타 라마는 보수 성향의 답변을 내놓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포털 다음에서 AI를 사용한 댓글 필터링을 통해 좌파를 비꼬는 ‘대깨문’ 등은 가렸지만 우파를 조롱하는 ‘닭근혜’ 같은 단어는 거르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AI 챗봇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구글은 내년부터 바드가 답변할 수 있는 선거 관련 질문을 제한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타임 인터뷰에서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생성형 AI의 정치적 편향성 우려에 “AI 허위정보의 문제는 개인 맞춤형이라 훨씬 더 설득력이 강하다”면서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강조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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