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드라마’로 살길 찾은 국산 OTT… 시청자도 열광

김민정 기자 2023. 12.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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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끌어들이는 국내 OTT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스스로 생을 버린 ‘이재’(왼쪽·서인국 분)가 죽기 전 여자 친구(오른쪽·고윤정 분)와 마주하는 장면. 이재는 12명의 몸에 들어가 죽음을 피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여러 배우가 이재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소년시대’ ‘운수 오진 날’.

세 드라마 모두 국내 토종 OTT가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다. 올겨울 ‘국산 OTT’가 내놓은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의 탄탄한 구독자층과 자금력에 비하면 열세에 있는 국산 OTT 업체들이 배우·각본·연출 3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것. 넷플릭스 4분기 기대작이었던 ‘독전2′와 ‘스위트홈2′의 반응이 예상에 못 미치고, 디즈니+도 ‘무빙’ ‘최악의 악’ 이후 큰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국산 OTT의 선전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점 9점대 ‘올해의 수작’ 호평

지난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는 주연급만 10여 명을 모아놓은 강력한 출연진에, 자유자재로 강약을 조절하는 연출로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서도 공개돼 40여 국 시청 순위 톱10에 들었고, 세계 영화 비평 사이트 iMDB에서 9.1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취업 실패·사기 피해 등 인생의 쓴맛을 젊은 날에 몰아서 맛본 주인공 ‘이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12명의 몸에 들어가 다시 죽음을 겪는 벌을 받는다. 자기가 삶에서 놓친 것을 다시 바라보고, 절절하게 실수를 깨닫는다.

8부작 중 절반이 공개됐는데, 궁금증을 일으키는 각종 복선에 ‘블랙 코미디’부터 로맨스까지 몸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가 깊어지는 점이 인상적이다. 원래의 이재를 연기한 배우 서인국을 비롯해 고윤정·이도현·이재욱·오정세 등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보는 것 같다는 평도 많다. 미 매체 포브스에서도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을 호평했다. 예능 PD 출신인 하병훈 감독은 인터뷰에서 “’대중이 옳다’는 생각으로 원작 웹툰의 댓글 반응들을 반영해 각색했다”고 밝혔다.

국산 OTT 드라마 '소년시대'의 한 장면. /쿠팡플레이

◇아련한 학창 시절, 통쾌한 한 방

지난주 완결 난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는 기억 한 자락에 남아있는 옛 시절에 예쁜 색감을 입힌 듯한 레트로 드라마다. 쿠팡플레이 내 리뷰가 27만 건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1980년대 충남 지역 ‘먹이사슬’ 최하단에 위치해 매일 맞고 살던 고등학생 ‘병태’(임시완 분)가 주인공. 전학 간 학교에서 ‘싸움짱’으로 오인받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다 정체가 들통나 힘의 권력 앞에 처절히 굴복한다. “하이고, 사는 게 그냥 숨 쉬고 밥 먹고 잠자고 그게 다인디, 그게 왜 이라고 힘드냐”라는 병태의 탄식은 가볍지 않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현실에 통쾌한 복수의 한 방을 날린다. 추억을 자극하고 개성 있는 배우들이 그려낸 캐릭터가 신선하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소년시대’(위)와 ‘운수 오진 날’(아래) 장면. 최근 ‘국산 OTT’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쿠팡플레이·티빙

티빙의 ‘운수 오진 날’은 영화 같은 퀄리티로 호평이 나온 서스펜스 드라마다. 10부작에 달하는 긴 호흡 속에서도 여러 반전들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돼지꿈’을 꾼 택시 운전사 오택(이성민 분)이 100만원을 벌기 위해 장거리 택시 손님을 태웠는데,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유연석 분)였다는 신선한 소재. 두 배우의 긴장감 팽팽한 연기가 돋보인다. ‘양이 아니라 늑대한테 유리’한 세상에서 답답하고 착하게만 살아왔던 아버지(오택)가 각성하는 서사가 짠하다.

◇웰메이드 작품 가입자 증가로 이어져

구독료가 수입원인 OTT는 해당 OTT에서만 시청 가능한 오리지널 작품의 흥행이 매우 중요하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공들여 탄생한 웰메이드 작품의 성과는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역대 티빙 작품(시즌2 제외) 중 공개 이후 3일간 시청량이 가장 많았고, 주간 유료 가입 기여자 수(유료 가입 후 해당 작품을 처음 시청) 1위를 기록했다. 국산 OTT 흥행작이 하나둘 쌓이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서 작품을 공개하는 걸 선호하던 제작사들의 인식도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도 글로벌 시청자 확보에 불리한 건 아쉬운 점이다. 작품에 따라 해외 OTT와 계약을 맺고 유통하기도 하지만 ‘소년시대’의 경우엔 국내를 빼면 현재 대만에서만 볼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청불(청소년 관람불가)’로, 폭력성 등 자극적인 요소가 불편하다는 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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