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국 초중고 33곳 내년 문닫는다… 올해의 1.8배
저출생 여파 해마다 학생 수 급감
2000년 810만명→올해 531만명
초등 신입생, 내년 첫 30만명대로
도시까지 폐교 확산… 서울도 3곳
“내 짝꿍은 선생님” 내달 폐교 부안 백련초교 학생의 동시와 그림 텅 빈 교실에 남겨진 학생 한 명과 선생님 한 명. 다음 달 5일 폐교를 앞둔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초 학생이 지은 시 ‘내 짝꿍’과 직접 그린 그림이다. 백련초 교직원들은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 작품 등 재학생 8명의 작품을 모아 동시집 ‘코딱지’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제52회 매창 학생 백일장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백련초교 제공 |
전국 초중고 33곳 내년 문닫는다… 올해의 1.8배
“80년 넘게 자리를 지키던 모교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하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경남 함안군에 사는 설두원 씨(63)는 22일 모교인 칠서초 이령분교가 내년 3월 1일 폐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1940년 개교한 이령초교는 1970년대만 해도 전교생이 700여 명에 달했지만 농촌에서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며 학생 수가 계속 줄었다. 1999년 분교가 됐고 올해는 전교생 수가 2명까지 떨어졌다. 올해와 내년에 아예 입학생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폐교 수순을 밟게 됐다. 26회 졸업생인 설 씨는 “동문들이 모여 교육부에 탄원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폐교를 막을 순 없었다”고 했다.
내년에 폐교하는 학교들은 주로 농어촌과 구도심에 분포된 경우가 많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중학교 8곳, 초등학교 2곳이 학생 감소 여파로 문을 닫았다”며 “새로 조성된 산업단지 인근으로 젊은층이 이동하면서 구도심 상주 인구가 줄어든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17년경부터 가속화된 저출산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학령인구 절벽 및 줄폐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7년 출생아는 35만7771명으로 전년 대비 5만 명 가까이 줄었는데 이 때문에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생아 수는 2020년 20만 명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폐교도 갈수록 늘 수밖에 없다.
전국 학령인구(6∼17세)는 2000년 약 810만8000명에서 올해 531만2000명으로 3분의 1 이상 줄었고, 현재 추세대로라면 10년 후 4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내년 폐교 예정인 학교 중에는 초등학교가 80%에 달하지만 폐교 도미노는 시차를 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로도 이어지며 올해 기준으로 1만2027개인 초중고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을 전망이다. 김영식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가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폐교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학생들의 교육권 미보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폐합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 짝꿍은 선생님, 나이차가 너무 나”… 농어촌→도시 폐교 확산
초중고 33곳 내년 폐교
학생수 급감, 도시-수도권까지 번져
서울도 내년 고등학교 3곳 문 닫아
농어촌 줄폐교… 전북, 내년 9곳 최다
폐교 가속땐 학생 교육권 침해 우려
2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초교 교정에서 만난 5학년 이현 군은 학교가 문을 닫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련초교는 다음 달 5일 개교 77년 만에 문을 닫는다. 1970년대 전교생이 600명 넘었던 학생 수는 2008년 50명 선까지 무너졌고 올해는 신입생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폐교 후 이 군 등 재학생 8명은 인근 하서초교로 옮기게 된다.
교직원들의 아쉬움도 크다. 이날 학교에서 만난 교직원들은 “신입생을 유치해 폐교를 막아 보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 결국 문을 닫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교직원들은 재학생 8명이 학교를 기억할 수 있도록 지난해 가을부터 직접 쓰고 그린 작품을 모아 만든 동시집 ‘코딱지’를 전달했다. 김중숙 교장은 “폐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이들 이름을 담은 동시집으로라도 마지막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 농어촌뿐 아니라 도심 폐교도 가속화
전남에선 순천시 승주초교 죽학분교를 포함해 초등학교 4곳이 문을 닫는다. 승주읍 죽학리 이장은 “주민들 입장에서 씁쓸하지만 인구 유출이 심한 상황에서 더 이상 폐교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어촌이 아닌 경우 구도심 지역의 폐교가 많았다. 대구 달서구 신당중학교의 경우 인근 산업단지로 청년층이 빠져나가면서 구도심 지역 학생 수가 크게 줄어 내년 3월 폐교가 결정된 상황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에선 전교생이 200명 이하인 학교가 늘면서 ‘도심 폐교’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도권도 “신입생 없어요”
서울에선 올해 광진구 화양초교가 폐교됐고 내년에는 덕수고 도봉고 성수공고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지역별 학령인구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며 폐교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강남구 송파구 노원구 등이 선호 학군으로 분류되며 학생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종로구 금천구 중구 등은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다.
경기 지역에도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에선 77년의 역사를 가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남곡초교 남곡분교가 내년 2월 문을 닫는 등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이 내년 폐교할 예정이다. 대부분 농어촌과 구도심에 분포된 학교들이다.
● 폐교 기준 고민 깊은 교육청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경우 면 지역이나 도서 벽지는 전교생 60명 미만, 읍은 120명 미만, 도시는 240명 미만일 경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하되 각 교육청이 세부 기준을 정해 폐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재학생 및 예비 학부모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통폐합이 가능하다. 도서 지역과 농촌이 많은 전남은 전교생 10명 이하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하되 초등학교의 경우 1면 1교, 1섬 1교 원칙을 가급적 유지하게 했다.
문제는 폐교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할 경우 재학생이 거의 없는 유령 학교가 늘고, 지나치게 간소화할 경우 학생 교육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통폐합 흐름 자체는 불가피한 만큼 폐교가 필요한 경우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동의 절차를 충분히 밟으며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함안=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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