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영대'] 2023년='낮에 뜨는 달', 사랑할 수밖에

박지윤 2023. 12.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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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도하·현재 한준오로 1인 2역 도전
"얻어 가는 게 많은 작품…보내고 싶지 않아요"

배우 김영대가 ENA 수목드라마 '낮에 뜨는 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우터유니버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올린 작품에 진심인 건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낮에 뜨는 달'을 향한 김영대는 유독 애틋했고 각별했다. 그는 흥행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너무 소중하게 남을 작품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럴싸한 포장보다 솔직함을 택했다. 이러한 김영대의 진심은 이미 작품을 본 기자도 다시 '정주행'을 하고 싶게 만들기 충분했다.

김영대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소속사 아우터유니버스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수목드라마 '낮에 뜨는 달'(극본 김혜원 연출 표민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신라시대 인물 도하와 현재의 인물 한준오 역을 맡아 데뷔 첫 1인 2역에 도전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낮에 뜨는 달'은 김영대에게 데뷔 첫 주연 타이틀이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안겨준 작품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에게 이번 작품이 유독 특별하게 남은 이유를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약 5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 홍보를 위해 그동안 고사했던 예능 출연을 결심한 것부터 올 초에 시나리오를 받고 지난 4월부터 10월 말까지 촬영에 매진했던 시간에 관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김영대는 신라시대 인물 도하와 현재의 인물 한준오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ENA
먼저 이날 김영대에게 '낮에 뜨는 달'을 무사히 끝낸 소감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아직 마지막 회를 못 봤어요"였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본방 사수를 했고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다음 날 OTT에 올라오는 다시 보기를 기다릴 정도로 다 챙겨 봤던 그가 지난 14일에 방송된 14회를 아직 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일정이 빠듯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마지막 회를 보면 정말 끝난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어요. 저의 2023년을 쏟아부었거든요. 모든 작품이 끝날 때 시원섭섭하고 아쉽지만 유독 더 와닿는 게 큰 작품이에요. 그만큼 마음을 많이 쏟았고 고생도 많이 했어요. 보내기 싫어요."

작품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당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남자와 전생의 기억을 잃고 한없이 흘러간 여자의 위험하고 애틋한 환생 로맨스를 그린다. 두터운 팬덤층을 보유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드라마화가 결정됐을 때부터 많은 관심과 함께 걱정과 우려 섞인 반응이 끊이질 않았다.

매력적이고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를 만난 김영대는 출연을 결정한 후 원작이 인기 웹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부담을 느꼈지만 후회는 없었던 그는 "웹툰이 원작이라 오히려 책임감이 생겼고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게끔 해줬어요. 웹툰은 참고할 뿐이죠. 이목구비를 닮을 수 없잖아요. 그림의 색채나 아우라를 신경 썼고 제 매력을 담으려고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극 중 한준오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이자 사랑에 서툰 철부지인 반면 도하는 신라시대 엘리트 귀족으로 대장군이라는 직책을 맡아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사랑하는 이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이에 김영대는 사극과 현대극이라는 시대적 장르를 오가면서 극과 극을 내달리는 두 인물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야 했다.

김영대는 "마지막 회를 아껴두고 있어요. 보내기 싫어요"라고 작품을 향해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NA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안과 밖이 모두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극과 1인 2역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보니 촬영 분량이 많았고 이에 따른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 전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도하를 연기할 때 감정적인 부침을 느껴 힘들었다고.

"도하같은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 없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었어요. 고립적인 인물이라 저도 촬영할 때 지인들과 교류를 최소화하면서 조금씩 이해하려고 들여다봤죠.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도하를 생각하면 눈물이 많이 났고 연기하면서 동화되고 몰입하다 보니까 (촬영 중간에) 몇 번 나가기도 했어요. 쉽지 않았죠."

그야말로 김영대에게 '낮에 뜨는 달'은 배움의 현장이자 한 단계 도약하는 성장 발판이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은 만큼 지금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었고 이를 지금 촬영 중인 tvN '손해 보기 싫어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발휘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제가 부족한 걸 알아도 테이크를 그냥 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어요"라고 가장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이번에는 제가 잘 못했거나 몰입이 부족했다고 느끼면 다시 찍었어요.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사극 분량은 소중해서 공을 많이 들였어요. 될 때까지 하려니까 감정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음날 촬영장에 가서 자진해서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사랑했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얻어 가는 게 많은 작품이에요. 더디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김영대가 쏟은 애정과 노력이 시청률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렇게나 사랑했던 작품이 방송 내내 1%대에 머무른 것이 아쉽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의 얼굴에 실망감은 없었다. 감히 숫자로 재단할 수 없는 작품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김영대는 "평소에는 피드백을 보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연기한 배우로서 진심을 쏟고 사랑한 마음이 소중했기에 잘 간직한 채로 보고 싶었어요"라면서도 "이제 끝났으니까 반응을 보고 고칠 건 고쳐야죠"라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김영대는 "'낮에 뜨는 달'은 14부작이 다 공개됐을 때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아우터유니버스
그러면서 김영대는 "'낮에 뜨는 달'은 회차마다 자극적인 요소가 있지 않아요.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고 심화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면 회차가 거듭될수록 재밌는 작품이에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니까 길게 쭉 봐야 돼요. 14부작이 다 공개됐을 때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2017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특별판'으로 데뷔한 김영대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 '펜트하우스' '별똥별'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큰 키와 비현실적인 외모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이렇게 '열일' 행보를 펼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는 것도 좋지만 쉼 없이 달려왔기에 지치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연기 외에 이렇다 할 취미가 없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건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밥 한 끼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늘 쫓기듯이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20대를 치열하게 보내고 싶어요. 불안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 없어질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최대한 불안하려고 해요. 최선을 다하고요. 20대를 잘 보낼 수 있는 답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점에서 김영대는 군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쉬는 법을 모르는 그에게 군대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출 수 있는 명분이다. 내년 하반기쯤 군입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다 내려놓고 돌이켜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감사한 마음으로 잘 버티고 있지만 너무 바쁘고 심적으로 여유가 없어요. 갔다 오면 30대가 되거든요. 30대에 이런 마인드면 안될 것 같아요. 다녀와서 더 잘하고 싶은 바람과 계획이 있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김영대는 신민아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손해 보기 싫어서'에서 또 다른 매력을 예고하며 차기작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대 회사원인데 마인드가 건강한 청년이에요. 여자 주인공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도 변화되는 인물이죠. 겸손하고 착실한 연하남이에요.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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