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 인구만 3억 2000만명…日기업 30개 세븐틴 투자 이유는? [여기 힙해]
지난 15일 일본 후쿠오카 니시테츠 텐진역. 교통의 중심지로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건물 3층 높이로 한국 보이 그룹 ‘세븐틴’ 사진이 붙었습니다. 그 아래 모니터에서는 세븐틴의 영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오사카 등 일본 5개 도시 돔 투어와 함께 진행되는 ‘세븐틴 더 시티’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이 시설을 총괄하는 일본 기업 ‘미츠코시’는 정부 허가와 비용을 100% 본인 부담으로 참여했습니다. 복합 쇼핑 센터 ‘솔라리아’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도 ‘세븐틴’ 사진이 설치됐습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전 매장에는 ‘세븐틴’ 노래가 나옵니다. 그들의 사진은 입구와 판매대마다 붙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일본 세븐일레븐이 ‘세븐틴’과 전속 계약을 맺고, CM송,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훈제 연어 샐러드 등 특별 메뉴 판매, 카탈로그 제작 판매 등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일본 쟈니스 사무소 소속의 보이 그룹 ‘킹앤프린스’가 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일본인 멤버가 1명도 없는 세븐틴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세븐틴은 오는 31일 개최되는 ‘제74회 홍백가합전’에도 출연합니다. ‘홍백가합전’은 매년 12월 31일 NHK에서 방송되는 일본 최대 음악 축제로,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가수들이 총출동합니다.
◇일본 전역이 세븐틴으로 물들다
후쿠오카 최대 쇼핑몰 ‘라라포토’도 옥상 층을 전부 ‘세븐틴’에게 내줬습니다. 후쿠오카의 명물 캐널시티에서는 ‘세븐틴’의 일본 발표곡 ‘이마(今)’에 맞춰 분수 쇼가 진행됐습니다.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세븐틴 등신대가 세워졌습니다. 스타플라이어와의 파트너십으로 세븐틴이 그려진 항공기가 일본 국내선 전 노선에 운항했고, 버스가 후쿠오카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일본 나고야 중심지 ‘사카에마치’ 역에서는 팬들이 ‘세븐틴’ 멤버 13명의 얼굴로 랩핑된 전철의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 몰려들었고요.
상징물 ‘미라이타워’의 대형 전광판에는 세븐틴의 돔 투어와 ‘더 시티’를 알리는 문구가 나옵니다. 나고야 대관람차는 세븐틴 멤버들 사진이 랩핑되어 운영 중입니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하는데도 오전부터 대기 줄이 건물 반 바퀴를 돌 정도입니다.
나고야 중심가 백화점 지하에 마련된 세븐틴 카페에서는, 세븐틴 멤버 13명의 이름을 딴 식사메뉴를 제공합니다. ‘나고야의 명물’로 꼽히는 돈카츠 체인 ‘야바톤’은 일본 내 8개 매장에서 세븐틴의 포토 스티커가 포함된 특별 세트 메뉴를 판매합니다. 야바톤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븐틴 이코노미
이렇게 많은 일본 기업들이 세븐틴에 투자하는 이유는 경제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세븐틴 더 시티’ 프로젝트에는 3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7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세븐틴 더 시티 옥외광고물이 게시된 기간, 인근 지역 유동인구는 3억 200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일본(1억 2000만명) 전체 인구의 2.6배가 넘는 인파가 더 시티를 즐겼다는 의미입니다.
더 시티는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현지 기업들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모객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일본 굴지의 부동산 개발회사 ‘미쓰이 부동산’은 나고야의 히사야 오도리 파크 쇼핑몰, 사이타마 미쓰이 아울렛 파크, 오사카와 후쿠오카의 라라포트 쇼핑몰 등 일본 전역에 산재한 자사 쇼핑몰을 더 시티 이벤트 장소로 제공했습니다.
더 시티는 이곳에서 2000엔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세븐틴의 포토 스티커를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를 진행해 상권 활성화를 도왔습니다. 하이브 재팬의 김정일 사업기획팀장은 “일본 내에서 세븐틴의 인기와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작년 더 시티와 협업한 현지 기업들이 노출과 집객 효과를 확인하자 올해부터는 선제적으로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현록 하이브 재팬 CEO는 “더 시티 프로젝트가 지역 활성화에 공헌하는 사업 모델이 되도록 지자체나 기업과 폭넓게 협력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최고 보이그룹
일본 쟈니스 사무소가 성추문 스캔들로 무너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 보이 그룹으로 ‘세븐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 일본 오리콘 연간 아티스트별 종합 판매량에 따르면, 1위는 ‘킹 앤 프린스’, 2위는 ‘스노우 맨’, 3위는 ‘SixTONES(스톤즈)’입니다. 1~3위 모두 쟈니스 사무소 소속입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고, 올 연말 NHK 홍백가합전에는 세 그룹이 모두 출전하지 않습니다. 쟈니스가 NHK 홍백가합전에 나오지 않는 건 44년 만입니다.
쟈니스 소속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 4위는 그룹 ‘세븐틴’입니다. 빌보드 재팬이 8일 발표한 연간 차트에 따르면, 세븐틴은 ‘핫 앨범’ 차트에서 미니 10집 ‘FML’로 4위, 첫 일본 베스트 앨범 ‘ALWAYS YOURS’로 5위, 미니 11집 ‘SEVENTEENTH HEAVEN’으로 7위를 차지하는 등 10위권에 3개 작품을 올렸습니다. 데뷔 후 최대 규모로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5대 도시 일본 돔 투어 ‘SEVENTEEN TOUR ‘FOLLOW’ TO JAPAN’를 진행해 12회 공연에 51만 5000명이 몰렸습니다.
후쿠오카 첫째 날 공연은 글로벌 라이브 뷰잉으로 미국·독일 등 총 66개국 1500개 이상의 영화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아이치돔에서 열린 2회차 공연은 NTV ‘Best Artist 2023′에서 일부 생중계로 진행됐습니다. ‘Best Artist’는 니혼TV 계열의 ‘음악 축제’라는 부제를 가진 일본 대형 음악방송으로 공연 도중 생중계가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후쿠오카돔 공연장에서 만난 도쿄에서 온 일본인 이소베 리호(19)는 “세븐틴을 좋아해 5개 도시 돔 공연을 모두 관람하고 있다”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서 콘서트 비용을 마련했다”고 하더라고요. 세븐틴을 좋아해 한국에서 한달 정도 어학연수를 했다는 그는, 저보다도 한국말을 잘해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한편, 일본 돔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세븐틴은 오는 23~24일 태국 방콕(라차망갈라 국립경기장), 2024년 1월 13~14일 필리핀 불라칸(필리핀 스포츠 스타디움), 1월 20~21일 마카오(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SEVENTEEN TOUR ‘FOLLOW’ TO ASIA’를 이어갑니다.
◇팬이 가장 좋아하는 건 포토카드
참고로, 현장에서 들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굿즈는 멤버들의 ‘포토카드’라고 합니다. 팬들이 더 시티 스팟을 방문하면 최대 13개의 ‘디지털 스탬프’를 받는데, 스탬프 3개를 모으면 세븐틴 포토카드로 교환해줍니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16만장이 배포됐다고 합니다. 일평균 참가자도 2500여 명으로 지난해(1800여 명) 대비 약 40% 증가했습니다. 포토카드는 미개봉으로 제공됩니다. 어떤 멤버의 사진을 받을지 모릅니다. 원하는 멤버가 아니거나, 중복된 포토카드를 받은 팬들은 다른 포토카드와 교환하기 위해 모여 있었더라고요. 학창 시절, 좋아하는 스타의 책받침을 모으던 감성은 세대를 초월해도 변치 않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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