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50대 직장인 위한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하다[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2023. 12. 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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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노후에 평안한 삶을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살다 보면 힘겨운 언덕을 올라야 할 때도 있고, 깊게 파인 계곡을 건너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려면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하다. 갑자기 일어날지도 모를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소방훈련을 실시하듯 살아가며 부딪힐 수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재정소방훈련이다.
특히 40, 50대 직장인은 정기적인 재정소방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은퇴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탓에 한번 실수를 하면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 실수와 피해를 줄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40, 5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한 상황과 대처법에 대해 살펴보자.

● 맞벌이의 함정에 대비하라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재정소방훈련’은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이 그의 딸과 함께 쓴 책 ‘맞벌이의 함정’에 처음 등장한다. 개인파산 관련 일을 하던 저자는 파산에 직면한 가구 중 상당수가 맞벌이 가구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흔히 맞벌이 부부는 둘이 벌어 넉넉할 것이라 생각한다. 맞벌이 중에는 그런 이들도 있지만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혼자 벌어서는 도저히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맞벌이에 나선 부부들도 많다. 부부가 모두 일터로 나서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소득을 잃으면 재정 파탄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가계 재정이 위기에 빠질 것에 대비해 재정소방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미국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 중산층 맞벌이 부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40대와 50대인 가구의 맞벌이 비중이 55.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이들 중에는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맞벌이 전선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40, 50대 직장인들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실직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일단 실직하면 재취업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이 경우 한쪽 소득만으로 살아야 한다. 줄일 수 있는 고정비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부채와 장기할부 중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비상 예비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로 저축할 여력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실직으로 인해 소득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치료비도 발생한다. 필요시 소득 보전을 위한 정액보험과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비의료보험도 점검해 봐야 한다.

● 임금피크제를 재정소방훈련으로 활용하라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소득 감소는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소득 감소는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 수월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체 5곳 중 1곳(21.5%)이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가 300명이 넘는 대기업은 절반 넘게(51.0%)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적용 시기와 방법은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통상 55∼58세 사이에 임금 삭감이 시작된다. 사업장에 따라 임금을 한꺼번에 일괄 삭감하는 곳도 있고, 매년 일정한 비율로 계단식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회사도 있다. 감액 비율도 10% 이하부터 30%를 초과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임금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삭감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임금피크 이후 급여 감소가 퇴직급여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특히 퇴직연금 미가입자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급여가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임금피크 시점에 퇴직연금 미가입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기도 한다.

임금피크제를 정년 이후 소득 감소에 대비한 재정소방훈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은퇴하면 월급 대신 연금으로 살아야 한다. 이때 큰 폭의 소득 감소를 겪게 된다. 소득이 줄어들면 지출도 줄여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임금피크 이후 소득 감소에 맞춰 단계적으로 지출을 조정해 나간다면 정년퇴직 이후 맞이하는 소득 감소에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라

요즘 40, 50대 직장인의 고민 중 하나가 부모 간병이다. 한 세대가 30년이라고 가정하면 40, 50대 직장인의 부모님은 70, 80대일 것이다.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지는 때다. 갑자기 휴가를 쓰는 40, 50대 직장인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상당수는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40, 50대 가구 중 절반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본인과 배우자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휴가를 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런데 병치레가 길어지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근엔 병든 부모를 간병하려고 직장을 그만두는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돌봄퇴직’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일본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선 돌봄퇴직자가 1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에 더해 돌봄퇴직을 하면 또 다른 경제 문제도 야기된다. 당장 수입이 끊기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연금보험료 불입이 중단돼 노후 소득원도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대비한 재정소방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혼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가족, 친족 중 협력자를 찾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이용 가능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사전에 방문해 시설과 비용을 확인해 두면 좋다. 그리고 부모가 가입한 건강보험이 있다면 보장 대상 질병은 무엇이고, 보험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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