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좋으면 본다”…‘서울의 봄’이 증명한 ‘1000만 관객’ 공식 [미드나잇 이슈]
비싼 관람료에 OTT 성장…팬데믹 끝나도 ‘침체’
관객 반토막에도 연간 ‘천만 영화’ 두 편 탄생
20일 개봉 ‘노량’…연말 한국영화 ‘훈풍’ 잇는다
한국 영화 산업은 2019년 정점을 찍었다. 영화 관람객 숫자가 2억260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5편(한국영화 2편)이나 나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4관왕까지 거머쥐었다. 전 세계가 한국 영화 시장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천만 영화는 계속 나온다. 양상은 전과 달라졌어도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관객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33일 만이다.
한국 영화계는 들떴다. 1000만이라는 상징적 숫자가 위기의 한국 영화 시장에 희망을 줬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시원찮았던 추석 연휴 성적 탓에 분위기가 침울한 가운데 나온 천만 영화라 영화계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의 봄’은 올해 첫 천만 영화가 아니다. 지난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도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넘겼다.
한국에서는 2003년 실미도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27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다. 2007, 2008, 2010, 2011년엔 천만 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 가장 많이 탄생한 해는 2019년 5편(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이었고, 2014년 4편(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2015년 3편(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암살, 베테랑)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1∼2편이었다.
물론 천만 영화 숫자만 놓고 한국 극장가의 ‘회복’을 말할 수는 없다. 관객 수는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한 2017년(택시운전사, 신과함께-죄와 벌)과 2018년(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신과함께-인과 연)의 연간 관객 수는 각각 2억2000만, 2억1600만이었다. 2019년엔 2억2700만명이었다.
올해 세 편의 영화를 봤으며 그 중 두편이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였다는 회사원 김모(36)씨는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영화관에 갔지만 이제 영화 관람료가 비싸져서 자주 가지 않는다. 재미없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보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좋은 영화는 여전히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이 좋은 영화를 골라 본다”고 말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잘 안되는 때에도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기대를 충족하는 작품이 나와만 준다면 관객들이 언제든지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연말 극장가를 찾는 관객이 늘면서 ‘서울의 봄’이 뒷심을 발휘하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로 옮겨가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서울의 봄’이 없다면 ‘노량’의 관객 수가 더욱 파죽지세로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서울의 봄‘이 기세를 올리고 있어 경쟁작이 되어버린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두 작품이 어려웠던 영화관에 훈풍을 불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연말연초에는 외화보다 한국 역사를 다룬 작품을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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