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사령탑 된 한동훈, 앞은 ‘꽃길’ 아닌 ‘가시밭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제 '한동훈의 시간'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오는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공식 취임, 당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고 여당의 실질적 대표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당장 한 전 장관 앞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했다. '이준석 신당' 창당 디데이가 임박한 가운데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을 띄우며 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尹과의 관계, 독일까 약일까
한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한 전 장관에게 법무부 수장 자리를 맡기며 그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의 '특수한 관계'가 현 시점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의 약한 고리가 된 모습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한 전 장관이 당의 수장이 되는 순간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기 위한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임박한 데 대해 "완벽한 검찰공화국의 수립을 위한 포석이 놓였다"며 "이제 '당, 정, 청(=용산)'이 모두 검찰 출신에 의하여 장악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권에서도 '한동훈 비대위'의 확장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전 장관이 여당의 사령탑이 되면 야권의 '반윤(反尹) 구호'에 더 힘이 실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김웅 의원을 비롯한 일부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이 한 전 장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북한의 김주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달)"에 비유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한 전 장관은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한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격의 없이 소통하면, 되레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 자신하는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사람(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 사이는 기본적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허물없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한 후보가 소신 뚜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향후 당정 관계 활발한 시너지를 만드는데 도움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율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가겠단 이준석…'김건희 특검법'도 딜레마
그럼에도 한 전 장관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도 사석에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탓에 한 전 장관이 '김건희 특검'을 막아 세울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총선에서 여당의 확장성은 되레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 한 전 장관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김건희 특검'에 대해 질문을 받고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선동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해 무리한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인식은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는 상반된다. 이 전 대표는 KBS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3분의 2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 장관이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정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곧 국회를 통과될 '김건희 특검법'이 한동훈 비대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 대통령 거부권에 매달릴지, 아니면 어떤 담대한 결단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한 장관의 비대위에 거는 기대는 내년 총선에서의 인적 혁신이다. 인요한 혁신안마저 무력하게 만든 주요 인사들을 청산하지 않고 국민의힘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김 대표도 못 했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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