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개사이트 51만 문의글 보니 16%가 ‘고용 불안’
불법 사금융 이용 통로로 지적되고 있는 대출중개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연구원은 24일 공개한 ‘불법 사금융 근절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출중개사이트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불법 사금융 이용의 주요 경로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2021년 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채무자 대리인 신청자 4313명 중 80.1%인 3455명이 대출중개사이트에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준태 부연구위원이 2017년 12월부터 지난 5월 초까지 대출중개사이트 4곳에 올라온 실시간 대출 문의글 51만9615건을 분석한 결과 본인을 무직 혹은 무직자라고 밝힌 이용자는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일용직(4.7%), 아르바이트(2.7%), 주부(1.2%)까지 포함하면 100명 중 16명은 고용이 불안정한 소비자였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전체의 8.0%였다. 남성이 77.7%였고, 소재지는 수도권이 40.0%였다.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 종류를 명확하게 밝힌 경우는 햇살(2.3%)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유스(0.7%)였다. 근로자햇살론, 햇살론뱅크 등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연소득이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 햇살론유스는 만 19~34세이면서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자가 대상이다.
‘작업(대출)’(0.4%)이라고 밝힌 경우도 눈에 띄었다. 보고서는 “신용평점이나 소득서류를 불법으로 위·변조해 대출을 받거나 받으려는 차주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자금 필요 사유는 생활비(2.1%)가 가장 많았다. 병원 입원, 치료 등 병원비를 직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는 1.1%에 그쳤다.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 대부분이 만성적인 생활비 부족과 과다한 채무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중개사이트 이용자나 그와 유사한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은 고용 지원과 연계해 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서 대출중개사이트나 불법 사금융 수요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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