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까지 풀어도…“더, 더, 더” 외치는 업계
업계선 업황 개선 부정적, 추가 완화 요구도…‘공공성 훼손’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개발·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안전진단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등 더 많은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투기 수요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 방안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 밝힌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발언을 중심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안전진단 규제를 크게 낮췄음에도 사업 속도가 나지 않자 노후주택은 재건축 인허가 허들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안전기준 절차가 면제되면 1995~1999년 준공돼 건축연한 30년이 임박한 아파트들이 수혜를 받게 된다. 노원구 중계·상계동, 중랑구 신내동, 강서구 등촌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준공한 지 30년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주민들이 회당 1억~2억원씩을 모아 안전진단을 실시해 ‘D~E’ 등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준공 30년이 되면 곧바로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에 착수할 수 있어, 정비사업 기간이 최소 1~2년은 단축될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안전기준 면제만으로 재건축사업 전반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정부는 지난 1월 안전진단 평가 항목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는 사실상 폐지하면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5건에 그친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올해 160건이 넘게 나왔다.
그럼에도 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낮은 사업성’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건설사들이 알짜 사업만 골라 하는 옥석 가리기가 계속되면서 시공사 선정부터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많아졌다. 응찰자가 없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노량진1구역이 대표적이다.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지난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16조5400억원으로 지난해 40조3050억원에서 60%가량 급락했다.
현장에서는 현재의 용적률 규제로는 재건축 추진에 매력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령상 2종 일반주거지역 최대 용적률은 250%다. 이미 30년 된 아파트 가운데 용적률이 200~300%인 곳이 많아 기부채납 등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으로 변경돼도 사업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대신 기부채납을 하지 않아도 되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단지가 용적률 300%를 넘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내 1990년대 준공 아파트들(한강대우, 우성, 한가람, 코오롱, 강촌)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완화 방침을 밝히자 현장에서는 추가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모델링 사업도 규제를 풀어달라거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구간이 최근 법개정을 통해 3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늘어났는데 이 면제 구간을 더 확대해달라는 요구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비사업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할 정부가 시장성에만 초점을 둘 경우 해당 지역의 집값 전반을 끌어올려 주거약자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용적률 상향이나 초과이익 부담금 추가 완화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로서는 공공성도 찾고 공급도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비싼 지역보다는 개발이 덜 된 저가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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