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 흥남 철수 [앵커人]
[앵커]
오늘(24일)은 세계 전쟁사에 길이 남은 흥남철수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지 꼭 73년이 되는 날입니다.
흥남철수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죠?
당시 배에선 다섯명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이 배에서 태어난 이경필 씨를 제가 거제에 가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1950년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중국군의 포위망을 뚫은 미군은 흥남으로 향합니다.
원산이 중국군에 넘어가면서 육로는 퇴로가 막혔습니다.
미군과 국군 10만 여명은 흥남항에 집결해 배를 타고 철수 합니다.
그런데 이때 1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자신들도 함께 데려가라며 흥남부두에 모여듭니다.
미군은 인도주의적 정신에 따라 이들 모두를 태우고 남으로 향합니다.
가장 많은 피란민을 태운 배는 메러디스 빅토리호 만 4천 명을 태우고 12월 23일 떠났습니다.
이 배에서 다섯 명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거제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이경필 씨는 이 배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치 파이브란 애칭이 붙었습니다.
[이경필/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출생 : "대한민국은 김치로 유명하다. 그래서 애칭으로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 1,2,3,4,5로 정했다고 그러더라고요."]
발디딜 틈 없는 선실에서 피란민들은 생명의 탄생을 자신의 일처럼 돌봤습니다.
["여자들이 둘러싸가지고...제가 나오니까 치마 저고리를 찢어서 깔아줬다고 그러고요. 탯줄을 잘라야 할 것 아닙니까. 이빨로 잘랐다고 말씀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12월 24일 오후 마지막 배가 흥남을 떠나는 순간 미군은 부두를 폭파합니다.
배가 도착한 곳은 거제 장승포항이었습니다.
멀리서 온 타지인들을 거제 주민들은 따뜻하게 맞아줬습니다.
[이경필/흥남철수 피란민 : "처음에 거제시민들이 (우리가) 피란 왔을 때 (얼굴이) 빨간줄 알았답니다. 빨간 쪽에서 왔으니까. 그런데 만나보니까 전부 똑같더라. 온 사람들 보살펴주고..."]
돌아가신 부모님은 북에 할머니를 두고 온 걸 평생 가슴 아파했습니다.
["1주일이면 다시 들어올 줄 알았는데 미군 따라서... 할머니만 놔두고 집 지키라고 하고 엄마 아버지 형님하고 그렇게 피란 왔답니다."]
이 씨는 수의사로 일하면서 흥남철수의 의미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남은 바람은 흥남철수 기념공원이 조속히 들어서는 겁니다.
예산과 안전 등의 이유로 건립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경필/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출생 : "저는 나이도 있고 한데 좀 빨리 하면 좋겠어요. 그게 국가 안보지. 꼭 만들어야되겠다고."]
그 급박한 순간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피란민들을 북에서 탈출시킨 흥남 철수 작전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인도주의적 작전으로 평가받습니다.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이 안전하게 피란민들을 수송했고 새로운 생명까지 태어나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립니다.
["우리를 위해 피 흘려 목숨 바쳐 싸워준 고마운 사람들. 항상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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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기자 (hk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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