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전보다 이민자 2배 늘어…대부분이 비EU 출신
영국이 국경 통제 강화와 이민자 유입 억제 등을 위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한 후 영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가 오히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000명 많아 순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해의 순이민자 수 37만명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17만4000명과 홍콩 출신의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000명 등 일시적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많은 수치다.
영국의 이민자 급증은 브렉시트 이후 도입한 새 이민제도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합법 이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는 2021년 1월 숙련 노동자에 대한 비자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이민 문턱을 낮췄는데, 그 결과 EU 출신 이민자는 감소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 유럽 외 지역에서의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통계청은 현재 대부분의 이민자가 비EU 국적자로, 비EU 국가 출신으로는 인도·나이지리아·중국(홍콩)이 상위 3개국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 수는 2013년 3만3000명에서 현재 25만3000명으로 10년 만에 8배 많아졌다.
이 같은 이민자 증가는 영국 기업과 병원, 양로원의 인력난을 낮추고 등록금이 부족한 영국 대학을 유지시키는 등 영국의 부족한 노동력과 재원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영국의 공공서비스 지원 능력, 임금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현재 영국 내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하면 이민자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브렉시트의 배신이 완성됐다”고 꼬집었다.
이에 영국 내무부는 이달부터 취업비자 발급을 위한 최소 연봉 기준을 50% 올리고, 이민자 동반가족 비자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합법 이민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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