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이들의 성탄절 소원은 ‘평화’
우크라, 러 정교회 성탄절 버리고 ‘12월25일’ 공식 채택
“전장의 아빠가 보고 싶어요.”
우크라이나가 포화 속에서 두 번째 성탄절을 맞았다. 최근 한 달간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심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그 어느 때보다 춥고 스산한 성탄절을 보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아이들의 소원은 따뜻한 집도, 인형도, 장난감도 아닌 ‘평화’였다.
우크라이나는 올해부터 성탄절을 기존 1월7일에서 12월25일로 바꿔 지낸다. 1917년 이후 100여년 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일부 국가는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매년 1월7일 성탄절을 기념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며 성탄절 날짜까지 바꾸게 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각 교구 결정에 따라 12월25일에도 성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허용한 데 이어 지난 7월 성탄절을 아예 12월25일로 바꾸는 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러시아 문화권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의 움직임 중 하나로, “단순히 날짜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BBC는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서방이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을 채택해 러시아와 선을 그으며 친서방 행보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이날 CNN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성 니콜라스에게 전한 편지와 소망을 소개했다. 6세 소녀 카야는 공예키트와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소원과 함께 아빠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카야의 아빠 드미트리는 우크라이나 동부 아브디우카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제47기계화여단 소속이다. 카야는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있는 아빠가 성탄절에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썼다.
2014년 크름반도 전쟁에서 아빠를 잃은 11세 소녀 솔로미야의 올해 소원은 평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부차에 살던 솔로미야의 가족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 북서부로 피란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솔로미야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더 이상 그리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고 가족들이 부차로 돌아가면 솔로미야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솔로미야의 어머니는 말했다.
12세 카티아는 챗GPT를 이용해 성 니콜라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키이우에 살고 있는 카티아는 올 한 해 감사했다면서, “당신(성 니콜라스)이 방공포에 격추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키이우는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이 날아드는 곳이다. 포격은 방공시스템이 대부분 차단하지만 큰 폭발음이 들리기도 한다.
지난해 2월부터 1년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어린이는 최소 560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유엔 인권감시단은 어린이 560명 이상을 포함해 최소 1만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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