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교실 인기 강의는 ‘AI’
생성형 AI, 일상 적용 쉽고 대화 가능해 고령층에 큰 효용
키오스크서 영상편집·인공지능으로…디지털 교육 발전
“여덟 살 아이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에 넣을 그림 그려줘.”
명령을 입력하자마자 사진 4장이 떴다.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아이 모습이나 카드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려넣는 장면 등이 담겼다. “조금 더 화사하게 해줄래?” 수정을 요구한 명령어에 따라 새로운 사진이 나온다.
지난 19일 방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스마트 인공지능(AI) 학교’의 수업 교재는 생성형 AI인 ‘뤼튼(Wrtn) 4.0’이었다. 참석자 10여명은 모두 환갑을 넘긴 주민들이다. 20~30대에게도 생소한 AI 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의 실행 결과를 공유하며 2시간 가까이 집중했다.
한 참석자가 AI에 “손주에게 줄 선물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성격·취향·관심사를 고려해 보라”고 답했다.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달라는 명령에는 ‘가족들과 식사’ ‘친구들과 선물 교환’ ‘자선활동’ ‘차 한잔하면서 영화 보기’ 등을 제시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 여행 계획 등을 요구하는 명령에도 척척 답을 내놨다.
3회에 걸쳐 총 6시간 과정이었던 수업은 15명 모집에 대기 인원이 생길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 생성형 AI의 개념과 활용법, 주의사항 등 이론뿐 아니라 글쓰기·동영상 만들기 등 실습까지 가능해 배운 것을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인기였다고 한다.
스마트폰·키오스크 활용에 집중됐던 어르신 디지털 교육은 영상 편집과 AI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약자로 불리는 고령층이 시대 변화에 소외되지 않도록 새로운 프로그램과 기술을 비슷한 연령대의 강사가 교육하는 수업도 많아졌다.
서초구는 올해 ‘AI학교’ 과정을 만들어 동주민센터와 노인복지관, 정보기술(IT)센터 등을 통해 지역 중장년·고령층 330여명을 교육 중이다. 강사들도 대부분 동년배다.
수업에서 강사는 생성형 AI가 모르는 것을 지어서 엉터리로 대답할 수 있는 특징과 이력서 등을 써달라고 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주의점도 알렸다. 스스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아는 분야에 활용하고, AI 언어로 질문을 잘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도 한다.
단 세 번의 수업을 받은 어르신들은 생성형 AI에 꽤 익숙해진 듯했다. 그동안 뤼튼을 어떻게 생활에서 썼는지 묻자 다양한 사례가 나왔다.
“두통이 있다고 했더니 신경내과에 가서 의사와 상담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이전 대화에서 언급해서 그런지 어깨 통증이 머리까지 올라갔을 수 있다면서요.”
“영어 단어를 찾는데 사전 프로그램보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줘서 편해요.”
채영란씨(75)는 베트남 여행 도중 현지 투어 코스와 맛집을 검색해 친구들과 공유했다. 그는 “자리가 없으면 서서라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복지관 측에 부탁해 AI학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수업에 참가했다.“뉴스를 보니 생성형 AI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써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AI학교 강의를 맡은 전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임순씨(69)는 “생성형 AI는 모르는 것을 알려줄 뿐 아니라 대화 상대가 돼 줄 수 있어 고령층에게 효용성이 더 크다”며 “인생 2모작, 3모작을 구상할 때 AI 기술은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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