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 버블발생기 누전? 세종시 목욕탕서 3명 감전사
세종시 조치원읍 한 대중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던 70대 여성 3명이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명 모두 숨졌다.
세종시소방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전 5시 37분쯤 세종시 조치원읍 한 모텔 지하에 있는 목욕탕 여탕에서 목욕하던 70대 여성 3명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이모(69)씨는 “탈의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으악’ 하는 소리가 들려서 탕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신고 접수 후 8분쯤 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박모(71)씨와 손모(71)씨, 윤모(70)씨 등 3명은 모두 심정지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3명 다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목욕탕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984년 12월 사용 승인이 났다. 지하 1층은 여탕,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탕, 2∼3층은 모텔로 사용해 왔다. 지하 1층 전체 면적은 272㎡(82평)이며, 보일러실을 제외한 여탕의 실제 면적은 173㎡(52평) 남짓이다. 탕 내부는 온탕 1개와 냉탕 1개, 사우나실 1개 등이 있는 구조다.
사고 당시 목욕탕 안에 숨진 3명을 포함해 4명이, 탈의실에 2명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감전 사고를 당한 3명은 모두 온탕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고, 탕 밖에 있던 1명은 감전되지 않았다”며 “온탕 안에 ‘버블 발생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곳에서 누전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기업계 한 관계자는 “탕 내에 설치하는 버블 발생기, 수압 마사지기 등은 모두 고출력 펌프를 이용하기 때문에 늘 누전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함께 정밀 현장 감식을 통해 누전 원인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목욕탕은 지난 6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 점검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 당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용객들은 평소 “건물이 낡아 누전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는 말을 자주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욕탕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주말이나 휴일 자주 이용하는 곳인데, 갈 때마다 너무 낡아서 불안불안했었다”며 “얼마 전에는 목욕을 하던 중 천장이 일부 무너진 적도 있다”고 했다. 이날 건물 벽면에 부착된 배전함만 봐도 일부 전선과 고무관 등이 배전함 밖으로 노출돼 있었다.
숨진 박씨 등 3명은 모두 목욕탕 근처에 사는 이웃이면서 단골이었다. 평소 목욕탕이 오전 5시 20분쯤 문을 여니까 이들이 첫 손님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빈소는 조치원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숨진 윤씨의 차남 남모(43)씨는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목욕탕이어서 (어머니께서는) 평소 일요일이면 피로를 풀려고 자주 찾으셨다. 오늘 새벽에도 그렇게 일찍 목욕하러 가셨는데 황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숨진 박씨의 아들 지모(46)씨는 “성격도 활달하시고 별다른 지병 없이 지내신 어머니였는데...”라며 흐느꼈다. 그는 “얼마 전 임플란트를 하고 ‘이제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목욕하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진짜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 달라”고 말했다.
목욕탕 감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경북 구미의 한 목욕탕에서는 배수 작업을 하던 6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이 감전 사고로 숨졌고, 2018년 10월 경남 의령의 한 목욕탕에서도 감전 사고로 목욕 중이던 남성 2명이 숨지고 여성 2명이 다쳤다. 세종시는 이날 오후 긴급 재난 대책회의를 열고 세종 지역 전체 목욕탕 20여 곳에 대해 전기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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