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안방 난로로 돌아온 ‘미스트롯3′
드라마·영화·쇼비즈니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세계엔 ‘3의 저주’ 징크스가 있다. 처음 두 기획이 흥행해도 세 번째에선 부진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여름,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3′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많은 사람이 ‘3의 징크스’를 떠올렸다. 트로트 애호가들조차 “앞의 두 편에서 이미 다 보여준 것 아니냐” “새로운 게 있겠느냐”고 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지난 목요일 닻을 올린 ‘미스트롯 3′는 새로움을 위해 과감한 모험을 택했다. 많은 가요 경연이 조(組)를 나눌 때 우승 후보를 톱시드에 앉히는 월드컵 방식을 따른다. ‘미스트롯 3′의 대진표는 이런 안이함을 버렸다. 첫 대결부터 우승 후보끼리 맞붙는 ‘죽음의 조’였다. ‘우승 전력감’이던 채수현과 김나율도 첫판부터 대결했다. 채수현이 먼저 올하트를 받고 김나율 얼굴이 굳어졌을 때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 ‘결승전에서나 만나고 싶은 고수’라는 말을 듣던 오유진과 김소연도 1회전에서 격돌했다.
▶참가자들도 트로트의 새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저마다 필살기를 갈고 나왔다. 소프라노 복지은은 ‘트페라’를 부르러 나왔다며 민요 ‘배 띄워라’를 선택했다. ‘트로트와 오페라의 결합’이란 설명은 필요 없었다. ‘아이야 벗님네야/ 배 띄워서 어서 가자~’는 대목부턴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트로트로 듣는 황홀경이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졌다.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였던 신수지의 ‘리본 춤 트로트’는 우아했고, 수빙수가 방어회를 뜨며 부른 ‘자갈치 아지매’는 흥겨웠다.
▶저마다 사연도 곡진했다. 72명만 나가는 본선 진출자로 뽑혔다는 통보를 받은 진혜언은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무대에 섰다. ‘삼국지’에서 유일한 퇴로인 장판교를 끊고 조조의 대군 앞에 섰던 장비의 결의를 보는 듯했다. 첫회 가장 주목받은 출연자는 방송 하루 만에 유튜브 통합 조회수 250만을 넘어선 11살 소녀 빈예서였다. 이미자의 ‘모정’을 부르는 모습에 마스터 박칼린은 ‘어머, 어머!’ 감탄사를 연발했고, 11세 소녀의 애절한 목소리에 매료된 마스터 진성은 “가슴으로 폭포 같은 눈물을 흘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스트롯3′가 첫 회 최고 시청률 17%를 넘기며 새로운 장정에 나섰다. 영하의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며 온 나라를 얼리는 이 겨울, ‘추워서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서 뭐하나’ 싶었는데 기우였다. ‘미스트롯3′라는 따뜻한 국민 안방난로가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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