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방역이 오히려 전염병 확산시켜” 농민 증언 잇달아
◀앵커▶
굴삭기로 산 닭을 눌러 죽여 매몰하는 충격적인 현장, 지난주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지침대로 잘 관리감독된다”던 살처분은, 실은 안락사도, 이를 감독할 방역 전문가도 없이 진행되는 등 ‘부실 방역’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는데요,
살처분을 직접 경험한 농민들은 당국의 이 같은 ‘엉터리 방역 조치’가 오히려 AI 확산을 키우고 있다며, 허점투성이인 방역 제도에 대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겨울, 농장주의 고발로 엉터리 방역의 실상이 드러난 전남 영암군의 양계 농장.
운영 지침을 깡그리 무시한 비인도적 살처분이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감염병 ‘원천 봉쇄’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인 살처분 명령이지만, 황당하게도 농장 곳곳에서 살아남은 닭들이 10여 마리나 발견된 겁니다.
[살처분 농장주 / 전남 영암군]
“딱 (살처분) 종료했는데 나중에 청소하려고 보니까 축사에 닭이 이렇게 살아있고..”
살처분을 진행한 작업자들이 뒤늦게 이 닭을 농장에서 빼가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살처분 농장주 / 전남 영암군]
“추궁을 하니까 자기(작업자)가 가져갔다고 그러더라고요. 얼마나 허술하면.. 그러니까 AI가 이 농장 저 농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죠.”
농민들의 증언으로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살처분의 현실은 엉성함 그 자체입니다.
지난 8일 익산 황등면에서도 살처분이 진행됐는데, 렌더링 기계 입구에서는 쉴 새 없이 분진이 뿜어져 나옵니다.
농림부는 살처분 과정의 분진 등이 다른 농가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단벽을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주간 취재진이 확인한 익산과 김제 등 3개 살처분 농가 어디에서도 차단벽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관리감독한다던 전라북도,
[전라북도청 동물방역과]
“그렇죠. 예. 다 설치하고 있는데.. (보니까 차단벽을 따로 설치한 이후에 렌더링 작업을 하고 있지 않던데) 아.. 다 돼서 운행하는 걸로 저희가 보고 받았는데..”
역시나 실상에는 무지할 뿐입니다.
[목서윤]
“차단벽에 대한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야 현장에는 급히 차단막이 세워져 운영지침대로 진행하려는 모습입니다.”
많게는 몇백 명씩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관리에도 의문입니다.
출입이 허용된 사람들에 대한 소독이 너무 형식에 그치는 데다 거주지 등 정확한 신원 파악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살처분 지역 농장주 / 충북 충주시]
“방진복을 벗고 발바닥에 분무기로 (소독액을) 한번 뿌리고 (몸에) 찍찍찍 뿌리면 끝이에요. 누가 투입되는지 정확한 행방을 아는 사람이 투입돼서 해야지 뭐 하는 거냐고 했더니 자기네(지자체)는 그런 걸 모른대요.”
예찰 지역을 일괄적으로 돌아다니는 사료 차량관리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농림부에 따르면 AI 바이러스가 차량 바퀴 등에 묻어 농장으로 유입된다는 건데, 이동제한이 걸린 지역은 축산 관련 차량 역시 제한돼 사료차 한 대가 사실상 전 지역을 돌고 있습니다.
[살처분 지역 농장주 / 익산시]
“자동차 바퀴로 옮긴다면 우리 농장 앞에 도로들이나 이런 데들 다 구멍이잖아요. 이번주 사료 받아야 하는데 겁이 나 죽겠어요.”
이런 데도 방역당국은 운영 지침만 잘 지키면 문제없다며 애꿎은 농민들 탓하기를 반복할 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AI 관계자]
“(바이러스가) 살아서 움직여서 가는 게 아니고 사람, 기계, 장비, 차량들이 찍어가지고 묻혀서 들어가는 거니까 그것만 막아주면 되는 거예요. 불가항력적이지 않습니다.”
확산을 막기 위해소중히 기르던 가축의 떼죽음을 그저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농민들,
하지만 겪어 보니 ‘구멍투성이’인 속전속결의 살처분 조치가 ‘감염병 차단’에 정말 효과적이었는지 되묻고 있습니다.
[살처분 농장주 / 전남 영암군]
“그 충격이 너무 커서 닭을 지금까지도 입실을 못했어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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