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생성형 AI 제품화 속도...해외 진출 확대

[ZD리서치-2024 전망 ⑧AI 산업] AI 위험성 관련 논의 활발…GPT스토어 의견은 분분

(지디넷코리아=김미정 기자)올해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게 했던 2023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새해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아 기업들이 투자와 대응 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고 생각을 정립하기 위해 지디넷코리아가 2024년 ICT 분야 이슈 키워드와 기술·시장 트랜드를 미리 점검해 봤습니다. [편집자주]

국내 인공지능(AI) 기업이 내년 생성형 AI 상업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린다. 올해보다 더 많은 기업이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AI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까지 AI 모델을 만들거나 이를 기반으로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했다면, 내년에는 모델 기술과 앱 제품 기능을 한층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중견 기업 등 모든 규모 기업의 사업 전략이기도 하다. 

달리3가 그린 2024년 AI 산업 모습. (사진=오픈AI)

이렇게 키운 자사 모델과 서비스를 가지고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모달리티 기술 확장…AI 플랫폼화 더 짙어져"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AI 산업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기술 전망으로 멀티모달 확장을 꼽았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AI 모델 제품화, 투자 환경 변화를 꼽았다. 생성형 AI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네이버클라우드 성낙호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AI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까지 다룰 수 있는 모달리티 확장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동안 AI 모델이 문자를 주로 이해·생성했다면, 앞으로 문자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을 다루는 멀티모달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란 의미다. 성낙호 기술 총괄은 "AI 모델은 다른 시스템과 능동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동화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전망으로 멀티모달 확장을 꼽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성낙호 총괄은 같은 조건에서 더 강력한 모델이 출현할 것에 대한 가능성도 알렸다. 기존 모델이 갖춘 동일한 매개변수와 데이터셋 훈련 방식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경우, 개발자가 더 성능 좋은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AI 모델 응축 기술로 가능한 현상"이라며 "동일한 조건에서도 더 우월한 모델 개발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AI 모델 제품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AI 모델 인프라와 앱을 결합한 형태의 AI 플랫폼화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영 대표는 "올해 기업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앱과 수많은 LLM 모델 다양성 확립을 위해 노력했다"며 "내년부터 수많은 AI 모델은 다양한 앱으로 이뤄진 플랫폼 안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데브데이 행사 캡처)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예시로 오픈AI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오픈AI도 단순히 모델 개발만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GPTs나 GPT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AI 모델만 만드는 기업들은 결국 AI 플랫폼 보유사에 점점 흡수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 AI연구원 김유철 X유닛 부문장도 "내년 AI 분야 사업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 부문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유철 부문장은 "현재 신규 사업이나 투자가 신중해진 시기"라며 "모든 AI 기업에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보다는 실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투자 성과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내년 본격적인 생성형 AI 기술과 비즈니스 확장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업스테이지 권순일 사업총괄은 "내년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성형 AI의 실질적 상용화를 위한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상용화 시도에서 나오는 다양한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도 지속적으로 강조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권순일 사업총괄은 "AI 상용화 시도에서 나오는 다양한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도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이라며 "AI로 인한 사회적, 윤리적 부작용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올해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AI 기업, 해외 진출 적극적…제품 고도화 꾸준

AI 기업은 내년을 본격적인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는다고 했다. 빅테크뿐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 스타트업까지 해외 진출을 내년 주요 사업 전략으로 정했다. 자사 모델과 제품을 한층 고도화해서 서비스 범위를 해외로 확장할 방침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2.0'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LG전자 AI컨택센터, LG생활건강 K-뷰티 제품 디자인, 뉴욕 증권거래소 등 다양한 분야에 엑사원2.0이 적용된 상태다. 김유철 X유닛 부문장은 "내년 바이오를 비롯한 금융, 특허, 학술, 공공, 소프트웨어 개발, 제조 등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엑사원 활용 사례를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엑사원2.0을 올해 공개했다. (사진=LG AI연구원)

네이버는 소버린AI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소버린AI는 각국과 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완전한 데이터 주권을 갖기 위해 국가별로 자체 LLM을 구축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네이버 측은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생성형 AI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각 국가 언어 중심의 LLM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버린AI로 해당 국가 중요 데이터의 국외 유출을 방지하면서도 LLM을 서비스할 수 있는 솔루션도 제공할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각 세종 오픈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 회사는 내년부터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모달리티 기능을 확장할 방침이다. 현재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통해 이미지 편집 기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클로바 스튜디오' '뉴로클라우드' 솔루션 기능을 확장하고, 국내외 파트너 대상으로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도구를 제공한다. 검색 서비스 '큐:' 모바일 확대 등 올해 출시된 주요 AI 서비스 고도화도 계획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내년 생성형 AI 서비스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팀을 따로 꾸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업스테이지는 내년 생성형 AI 서비스 범위를 해외로 확장하기 위한 팀을 따로 꾸릴 계획이다. 생성형 AI 제품인 '다큐먼트AI' 사업을 올해보다 더 확장하고, 프라이빗LLM으로 시장성이 큰 도메인과 작업에 특화된 모델 확보에 집중할 계획을 알렸다.

플리토는 해외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다국어 번역 솔루션을 고도화한다. 우선 언어 데이터 구축 플랫폼 '아케이드'를 고도화함으로써 챗봇 번역이나 실시간 번역 등을 기존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할 방침이다. 

무하유는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어 버전 솔루션을 내놨다. (사진=무하유)

무하유는 AI 평가 자동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표현의 구체성을 비롯한 언어적 표현력 평가, 유효성 검사 기능을 갖춘 서비스다. 사업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신동호 대표는 "이를 위한 중국어 버전 솔루션 개발도 마쳤다"고 전했다. 올거나이즈는 LLM 앱 마켓 규모를 확대하고 금융 외 산업별 특화 소형 언어모델을 더 개발할 계획을 알렸다.

'GPT스토어', 국내 AI 산업 괜찮을까

오픈AI는 내년 상반기 챗봇을 사고 팔 수 있는 GPT스토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GPT스토어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솔루션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AI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오픈AI 비즈니스가 국내외 AI 생태계를 장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진=오픈AI)

익명을 요청한 한 AI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개발사가 1천만원 받고 고객사에 챗봇을 공급했다면, 앞으로는 개발 단가가 100만원 대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GPT스토어를 주축으로 한 오픈AI 생태계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경희대 이경전 경영대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도 기자와 통화에서 "앞으로 오픈AI는 GPT-4 터보 같은 기술 엔진을 개발할 뿐 아니라 GPT스토어나 GPTs 등 AI 서비스 사업으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GPT스토어가 AI 비즈니스 생태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히려 국내 기업이 빅테크보다 더 다채로운 AI 비즈니스를 내놓고 있다며 자사 LLM 하이퍼클로바X 행보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네이버는 2021년 하이퍼클로바 개발 후 클로바 케어콜, 클로바노트, 검색, 쇼핑 등 대중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왔다"며 "이번 GPT스토어 생태계는 챗봇 사업에 국한됐지만, 국내 기업은 전부터 더 넓고 다양한 대중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도 "오픈AI뿐 아니라 구글, 메타 등에서도 AI 비즈니스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이라며 "이번 GPT스토어로 인한 생태계 우려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AI에 더 의지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AI에 더 의지할 전망이다. SAS는 이달 2024년 AI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예측했다. 전문가가 바라본 AI 시장 전망을 정리해 보고서 형태로 내놓은 자료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전문가들의 높은 급여 요구에 따라 정부는 AI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A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생산성 증가, 단순 업무 자동화 및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I와 분석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김미정 기자(notyetkim@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