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선행을 베풀어 전설이 된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의 탄생을 기뻐하는 축일(mas)이다. 그리스도는 기독교 창시자 예수(Jesus)에 대한 칭호로, ‘왕’이나 ‘구세주’를 뜻한다.
크리스마스의 우리 정부 공식 명칭은 ‘기독탄신일’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기독탄신일’은 없고, 일반인들은 전혀 모를 ‘기독강탄절’과 ‘기독강탄제’는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말 찌꺼기로 보인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한자어로 ‘성탄제(聖誕祭)’와 ‘(그리스도) 강탄제(降誕祭)’를 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한 여당 의원이 기독탄신일의 명칭을 ‘성탄절’로 변경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말답지 않다. 그보다는 ‘석가탄신일’이 ‘부처님오신날’로 바뀌었듯이 ‘기독탄신일’도 ‘예수님오신날’ 정도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어떤 종교에도 특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에 명시돼 있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법정 공휴일로 삼을 리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8·15 광복 이후 미군정의 영향을 받아 1949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런 크리스마스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은 1700여년 전 실존 인물인 ‘세인트 니콜라스’에게서 유래했다. 살아생전 많은 선행을 베푼 그를 네덜란드인들은 ‘산 콜라우스’라고 불렀고, 이후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자선을 베푸는 사람을 ‘산테 클라스’로 통칭하다가 이 발음이 미국어로 굳어진 게 ‘산타클로스다’. 그의 붉은색 복장은 1930년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산타클로스(Santa Claus)를 ‘산타크로스’로 잘못 표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단어 중간에 있는 알파벳 L(엘)은 play(플레이)와 blouse(블라우스)의 예에서 보듯이 거의 대부분 리을(ㄹ)이 두 번 연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크리스마스 때면 많이 듣는 음악 carol의 바른 표기는 ‘캐롤’이 아니라 ‘캐럴’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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