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달 착륙선부터 AI 발전까지… 英 과학자들이 꼽은 2023년 과학 이벤트

홍아름 기자 2023. 12. 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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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달 남극 표면에 있는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착륙선 비크람./인도우주연구기구(ISRO)

2023년 올해는 인류의 조상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함께 인도의 달 착륙선, 인공지능(AI)의 발달, 기후에 대한 새로운 사실까지 다양한 과학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영국 가디언이 영국 과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어 2023년 대표 과학 이벤트 10선을 선정해 공개했다.

23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인 찬드라얀 3호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착륙 직후 찬드라얀 3호의 탐사차(로버) ‘프라그얀’이 표면 100m를 탐사해 황과 금속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다. 현재 찬드라얀 3호는 달의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으나, 인도는 단 7500만 달러(약 977억원)를 들여 달 탐사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 강국으로 올라서게 됐다.

찬드라얀 3호가 발사된 7월, 동시에 유럽우주국(ESA)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2주 뒤에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메탄 연료 로켓을 발사하면서 우주 여행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을 받았다.

마이클 울드리지 영국 옥스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올해의 과학 성과로 AI를 꼽았다. 그간 AI 개발은 계속됐지만, 올해가 AI 발달이 본격화된 해라고 봤다. 대표적으로 올해 등장한 챗GPT(ChatGTP)는 생성 AI 경쟁 시대를 열었다. 울드리지 교수는 “챗GPT는 접근성이 매우 좋고 유창해 입소문을 탔다”며 “챗GPT로 AI 분야에서 뭔가 큰일이 시작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카페쇼에서 챗GPT를 이용한 커피 추출이 시연되고 있다./뉴스1

한편 미국 뉴올리언스 출신의 10대 소녀 칼세아 존슨과 네키야 잭슨은 지난 3월 미국수학회에서 삼각법을 활용한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 증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사인 법칙과 무한 기하 급수를 활용해 ‘뛰어난 창의성과 수학적 민첩성’을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는 인류의 기원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선 해였다. 사라 티쉬코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연구진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DNA를 분석해 인류의 조상이 여러 차례, 그리고 이전에 밝혀진 것보다 일찍 아프리카를 떠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나 클로크 영국 레딩대 수문학과 교수는 2023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된 것을 대표 성과로 선택했다. 이는 2016년 세워진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갈수록 더위는 물론 홍수나 가뭄 등의 이상 기후로 심해지고 있다. 클로크 교수는 “답은 이미 존재한다”며 “AI가 날씨나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의 재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1월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은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한 겸상 적혈구 질환과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 ‘카스거비(Casgevy)’를 승인했다. 카스거비는 미국의 버텍스 파마슈틱컬스와 크리스퍼(CRISPR)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혈액질환 치료제다. 앤 피닉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육연구소 교수는 “카스커비의 잠재적인 위험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초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와 함께 비만 치료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유사체’도 대표 이벤트로 꼽혔다.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의 기능을 내는 유사체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됐으나 체중 조절 효능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떠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뇌졸중, 심장 마비 등 심장 질환으로 인한 위험도 낮추는 것이 확인되면서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주장한 영상 캡처. 사이언스 캐스트(Science Cast)의 김현탁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뉴스1

퀀텀에너지연구소·한양대 공동 연구진과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발표한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도 과학자 선정 과학 이벤트 10선에 들어갔다. 지난 7월 연구진은 LK-99가 세계 최초로 상온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물질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LK-99 검증위원회가 지난 13일 “공개된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결과를 종합해 고려했을 때,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주요 연구실에서도 결과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사이풀 이슬람 영국 옥스퍼드대 재료과학과 교수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물질의 특성 분석이 필수적이며, 과학적 동료 평가가 건설적이고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으며, 실제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조안나 바니에프스카 영국 브루넬대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야생 동물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점을 꼽았다. 연구 결과, 유럽에서만 지난 40년 동안 조류의 수가 5억 5000마리 줄었다. 연구진들은 28개국의 2만개 지역에 걸친 시민과학 연구 결과를 통해 조류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을 농업 집약화라 지적하고, 살충제와 비료의 사용이 조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바니에프스카 강사는 “대규모 연구는 의사결정과 정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친다”며 “내년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줄기세포 기반의 배아모델이 소개됐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인간 배아 모델을 개발했다. 줄기 세포를 배양해 스스로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확인한 사례다. 로빈 로벨 뱃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줄기세포 기반의 배아 모델이 정상 배아를 이용한 작업의 윤리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의 발달 과정은 물론 선천성 질환이나 유산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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