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이제는 AI시대] 플랫폼 문제의 본질

김충제 2023. 12. 2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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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과 선인 구조 아니라
혁신의 속도 격차서 비롯
각 산업 혁신토양 갖춰야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뉴스배급 채널이 소수 포털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털의 총매출액 대비 뉴스 섹션에서 얻는 수익의 비중이 크지 않고,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뉴스배급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변화를 주기에 적당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면 미디어 기업들이 뭉쳐서 독립적인 포털이나 뉴스배급처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포털과의 거래조건을 개선하고 가급적 좋은 위치에 노출되도록 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포털이 뉴스 유통의 중심이 된 것은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뉴스미디어와 같은 정보제공자의 자체 혁신이 충분치 않았기에 초래된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신문사 웹사이트는 자사의 논조와 반대되는 매체까지도 함께 노출시킴으로써 이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신문사 사이트가 점점 커져서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경쟁은 많은 경우에 있어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분유료화, 자체 포털화 등 2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제 많은 포털 기사에 아웃링크가 달려 있지만 여전히 독자들은 광고로 가득 차 있는 일부 언론사 웹사이트보다 포털의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기사를 읽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듯 플랫폼의 문제는 악당과 선인의 구조가 아니라 혁신의 속도 격차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4축으로 20여년을 유지해온 기존 소매유통업의 빈틈을 찾아 온라인 리테일로 당일배송, 다음 날 배송을 현실화한 마켓컬리, 쿠팡 등을 보아도 플랫폼 문제는 바로 혁신속도 격차 문제라는 본질이 뚜렷이 드러난다. 영화, 드라마, 예능물의 배급은 어떠한가. 방송사들이 웹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배급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것은 주 수입원이라기보다는 양념이었기에 더 이상 혁신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극장 산업도 100년 역사를 가진 전통 영화관을 어떻게 혁신할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해서 영상물 배급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버리고 나서야 시장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콘텐츠 제작사들과 동행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때를 놓치는 바람에 거액의 제작비를 지불하면서도 수익은 챙기는 글로벌 OTT에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교통수단을 의미하는 모빌리티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전기버스 도입 10여년의 역사를 갖고 많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해서 글로벌 버스 시장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5000㎞가 넘는 고속전철 건설 경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 유인드론, 고속철도 등 미래 교통수단 시장에서 서구 선진국과 팽팽히 겨룰 수 있게 성장했다. 바로 혁신의 속도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바는 독과점 폐단이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격렬해진다. 골목상권 보호와 독과점 방지라는 공적 대의는 명확하지만, 포털 문제의 시발은 바로 혁신속도 격차임을 고려하여 각 산업의 혁신토양 갖추기에 집중해야 한다. 혁신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규제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우리 플랫폼은 세계 시장에서 볼 때는 아직 아기 수준에 불과하며, 글로벌 플랫폼은 우리의 규제를 수용하기보다 우회하려 하고 있다. 교통, 통신, 유통 등 각 산업의 혁신은 포털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산업화는 뒤처졌지만, 정보화는 앞섰던 우리다. 각 산업의 혁신속도를 높여서 대안적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처방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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