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감돈 베들레헴… 가자지구 교전에 성탄절 축제 실종
가자선 휴전 없는 성탄절 맞아
공개행사 대신 가자 주민 위로
레바논도 성탄 분위기 사라져
바이든·네타냐후 "전쟁 계속"
■성탄절 기념행사 대거 취소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속해있는 베들레헴에서는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이하 현지시간)에도 축제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 베들레헴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난 10월 7일 시작된 전투가 아직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은 해마다 성탄절이면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퍼레이드 등이 진행됐다. 도시의 명소인 구유 광장과 시장에는 관광객과 순례자가 넘쳐났고 예수 탄생 기념성당에는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동굴을 보러 온 사람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섰다.
현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 모임의 회원인 마제드 이스하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만 해도 150만명의 관광객이 베들레헴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스하크는 10월 7일 사태 이후 "관광객이 정말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며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베들레헴시는 매일 150만달러(약 19억545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 하나니아 베들레헴 시장은 "경제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베들레헴시는 가자 주민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올해 공개 기념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달 예루살렘의 여러 교회 총대주교와 수장들은 성명에서 신도들에게 '불필요한 축제 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축하 행사 대신 "목회 활동과 성찬 의식에서 성탄절의 영적 의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여정을 기려 예루살렘부터 베들레헴까지 이어지는 가톨릭 총대주교의 행렬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
같은날 AFP통신은 인구 가운데 기독교도 비율이 40%가 넘는 레바논에서도 축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재 레바논 남부에서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AFP는 레바논 남부의 기독교인 마을인 클라야의 경우 올해 마을 인구의 60%만 남아있다고 전했다.
■하마스 축출 전까지 전쟁 계속
이스라엘은 성탄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전을 계속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2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는 2채의 주택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무너졌다. 해당 공습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의 구호 담당 직원이었던 이삼 알 무그라비와 그의 직계가족을 포함해 그와 연관된 친척 76명이 숨졌다. AP는 이삼 가족을 포함하여 이날 공습으로 최소 9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UNDP는 성명에서 "이삼 가족의 죽음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유엔과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표적이 아니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엔 직원이 매일 1∼2명씩 모두 130명 숨졌다면서 "유엔 역사상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보건부는 23일 기준으로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누적 2만258명이라고 밝혔다. AP에 의하면 지난 10월 이전 가자지구 거주민 약 230만명 가운데 85%는 피란길에 올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축출하기 전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3일 소셜미디에 엑스(X)에 네타냐후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라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23일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두 정상이 이스라엘군의 작전 강도를 낮추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는 가자지구 인명피해를 지적하며 이스라엘군에게 전면전 대신 특수부대를 이용한 소규모·정밀 작전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미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민간인이 전투가 계속되는 지역으로부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정상은 남아있는 모든 인질 석방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사람은 직접, 그리고 각자의 국가 안보팀을 통해 정기적인 협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통화 내용에 대해 "긴 대화"를 했다며 네타냐후에게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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