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ODA 대폭 삭감… 소상공인 채무조정 재원도 ‘반토막’ [건전재정 방점 내년 예산 분석]
캠코 출자 예산 7600억→3300억
신청자 느는 새출발기금 타격 우려
긴축기조 불구 내년 적자 91兆 전망
GDP 3.9%… 국가채무 61兆 증가
24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통해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에 통과된 예산의 '세출예산안 조정내역' 가운데 감액 규모는 4조2392억원에 이른다. 정부안보다 가장 크게 예산이 줄어든 항목은 기획재정부 예비비다. 8000억원을 감액했다. 특별회계로 5600억원가량 등 일부 증액도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부처가 쓸 수 있는 예산은 5130억원가량 깎였다.
교육부 역시 보통교부금 5456억원을 감액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부수안이 가결되며 특별교부금은 되레 늘었다. 부처 전체로는 3525억원가량 예산이 늘었다.
R&D와 반대로 내년 크게 규모를 키울 예정이었던 공적원조(ODA) 항목도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외교부의 '국제기구 사업 분담금 납부' 지출은 996억원 줄어든다. 기재부에서 잡아뒀던 국제금융기구 출연금 역시 ODA 관련 항목으로 984억원 감액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예산안 표결 전 여야 합의를 언급하면서 "증액 부분에서 사업별로 들어가면 많은 항목에서 (증액이) 들어간다"며 "반드시 ODA에서 R&D로 (예산이) 간다든지 일대일 매칭해서 증액 감액을 얘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이번 예산 합의가 '감액 내 조정' 원칙에 따라 3조9000억원가량의 증액을 위해 4조2000억원가량의 감액이 함께 이뤄졌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예산 복원을 위한 다른 항목 삭감이 불가피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기재부의 예비비를 제외하면 단일항목으로 가장 많은 감액을 당한 곳은 금융위원회다. 코로나 기간 여건이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를 조정하기 위한 캠코 출자금을 반 넘게 줄였다. 내년 채무조정프로그램 출자는 기존 7600억원에서 4300억원 감액한 3300억원이다.
그 대신 중소벤처기업부 예산 가운데 소상공인 예산은 약 2969억원 증액했다. 소상공인 예산 전체로 보면 관련 재원 총규모는 소폭 감소다. 지난달 30일 기준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신청 차주 수는 4만3668명, 신청 채무액은 6조9216억원 규모에 이른다. 3개월 이상 이자를 납부하지 못한 장기 연체자도 2만7000여명으로 전체 채무액 가운데 4조원가량이 '원금 탕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내년 캠코의 소상공인 관련 사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소상공인뿐이 아니다. 정부의 '마이너스통장' 역할을 했던 일시차입금의 상환예산도 깎여나갔다. 당초 3492억원에서 2500억원을 감액한 992억원 편성에 그쳤다.
올해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차입 규모는 누적 113조6000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적어진 상환 예산만큼 일시차입이 가능한 규모도 따라 줄어든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법인세 등 세입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부의 가용재원 규모에도 우려가 생긴 셈이다.
이 같은 재정긴축 기조에도 내년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91조원을 넘겨 GDP의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확정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근거를 둔 것이다. 나라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91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1195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에서 전망한 연말 국가채무 규모(1134조4000억원)보다 61조4000억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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