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B] 여성 인플루언서가 털어놓은 마약 극복기
꿀벌처럼 부지런히 취재한 뉴스, 뉴스B 시간입니다. 마약을 쉽게 접했지만, 마약을 끊고 사회에 복귀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한때 인플루언서로 활동했지만, 마약에 손을 댄 후 일상이 사라져버린 서민재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8월 마약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플루언서 '서민재'씨.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이 알려진 그는 마약을 투약했단 사실을 스스로 알렸지만, 제대로 된 기억조차 없습니다.
[서민재 : 좀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고자 약물을 사용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는데 부작용으로 더 안 좋아졌고, 정신과 약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서 블랙 아웃돼서 그렇게 글을 올렸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2층에서) 뛰어내렸는데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
이후 '여성 자동차 정비사'란 직업을 잃었고, 일상은 그대로 멈췄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삶이 바뀐 건 혼자만이 아니였습니다.
가족도 직장을 잃었습니다.
[서민재 : 저희 어머니가 중학교 교사셨는데 제자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퇴직을 하셨어요. 자식이 범죄를 저질러서 엄마도 책임을 지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뒤엔 서 씨는 재활을 거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 씨와 같은 여성이 입소할 수 있는 마약 재활 센터는 국내에 민간에서 임시로 거처를 만든 단 한 곳뿐입니다.
[박영덕/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 : 여성들이 지금 입소해서 생활할 곳이 없어서 제가 강력하게 외치는 거예요. 여자 입소자 시설 필요하다. 여자만을 위한 시설이 필요하죠.]
재활에 성공하더라도, 마약을 투약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인 '성적 비하'도 이겨내야 합니다.
[서민재 : 아직까지 사회적 시선으로는 여자 마약 사용자가 좀 더 안 좋게 비춰지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성적인 부분으로 계속 나쁘게 얘기가 되다 보니깐 그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조금 힘들었어요. 당장만 해도 여자 약물 사용자 출신으로 앞에 나서는 분들이 제가 봤을 때 없었거든요.]
실제 마약을 끊은 뒤 다시 복귀에 성공한 남성 유명인은 있지만 여성의 경우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들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건 다른 마약 투약자들이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마약을 치료 받더라도 적발이나 처벌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투약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영덕/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 : 우리나라는 마약을 접한다고 그러면 누가 잡으러 올까 아니면 숨어있는 대상들이 많이 있거든요. 병원을 가고 싶어도 신고하는 거 아닌가. 이런 두려움 속에 있으니깐 안 찾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다 비밀 보장되고요.]
[서민재 : 마약을 접하고 이제 그걸 사용함으로써 제 삶도 많이 망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망치고 하는 거를 직접 겪으면서 저 같은 경험을 다른 분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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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이란 장벽을 더 넘어야 하는 사람들.
이번엔 성 소수자들 이야기입니다.
남성 동성애자들은 이 문제가 한 번쯤 공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저희가 만난 남성 동성애자 고모 씨는 다른 남성 동성애자가 권한 마약을 시작으로 13년이나 중독돼 있었습니다.
[고모 씨/남성 동성애자 : 25살 때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러쉬(마약)를 권유했어요. 나중에는 '필로폰은 절대 안 할 거야. 주사기로 하는 건 절대 안 해야 해' 이렇게 했는데 쉽게 넘어가더라고요. 너무 힘들어하니깐 '자수를 하는 게 어떻겠냐' 그래서 고민하다가 자수를 결정하게 된 거죠.]
힘든 시간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고모 씨/남성 동성애자 : 구치소 안에 있으면서 첫날에 목을 맸거든요. 왜냐하면, 제 성 정체성도 다 들통나게 되고, 직장도 잘리게 되고 나한테 남는 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니깐 목을 매달게 된 거죠.]
그는 이들 사이에서 만연한 '마약의 악순환'을 이제 끊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모 씨/남성 동성애자 : 이슈화시키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젊은 친구들이 마약을 계속 찾고 저 같은 삶을 살 거 아니에요. 손가락질받고 우리는 계속 숨어야 되고… 그 악순환이 계속 이뤄질 것 같아서 이슈화를 시키는 게 맞는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인터뷰를 하게 된 거죠.]
이들 사이에서 마약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모텔 일대를 찾아가 봤습니다.
[모텔 관계자 : 약하는 애들 많아요. {약을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보면 알아요. 비틀비틀 다니면서 눈동자도 틀려요.]
이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앱을 통해서도 마약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모 씨/남성 동성애자 : 'OOO 상태다' 이러면 막 쪽지가 와서 어디에 있냐, 찾아가겠다 이런 식으로. 같은 게이니깐 같이 할래? 그럼 좀 싸게 해줄게 이런 식으로 그게 막 만연하게 퍼져 있는 거죠.]
[이모 씨/남성 동성애자 : 많이 심각해요.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든 친구들까지 다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금은 마약처럼 유통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선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해, 아예 거론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커뮤니티는 폐쇄적으로 운영됩니다.
전문가들은 "동성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폐쇄적 문화가 마약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합니다.
[최진묵/마약류 중독치료센터장 : 성 소수자들이 지금 원치 않은 상태에서 약물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폐쇄적인 문화 안에서 마약이 더 퍼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방치하고 있는 거다…인권 때문에 성 소수자 문제를 꺼내놓지 않으면 알 수는 없잖아요.]
캐나다에서 실시한 한 연구 결과,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사회에서는 불법 마약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자신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내 시선도 변하길 이들은 바라고 있었습니다.
[고모 씨/남성 동성애자 : 일반인들이 우리를 접할 때 힘드시겠지만,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조금이라도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음지 문화가 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음지 문화 때문에 이제 마약이 많이 퍼지고 그러는 것 같긴 하거든요.]
[영상디자인 최수진 / 인턴기자 이채빈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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