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가운 간병비 부담 완화, 재원·후속대책 빈틈 없어야
정부가 환자·보호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민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기존 간호·간병 서비스의 적용 대상과 범위를 늘리고, 요양병원과 집에서의 간병 지원 사업에도 힘을 쏟겠다는 내용이다. ‘간병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간병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제라도 정부가 간병을 국가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민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선 내년 7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간병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2027년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간호사가 간병 업무를 맡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도입 8년 만에 확대·개편한다. 내년 1월부터 일반병원의 간호·간병 통합병동을 중증환자에게 확대 적용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퇴원 후에도 집에서 간호·돌봄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다만 재원 마련 없이는 이 구상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어 후속 대책과 예산 뒷받침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내후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간병 부담은 특정 가족의 일이 아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사적 간병비 규모가 10조원을 웃돈다. 이렇다보니 오랜 간병에 지쳐 ‘간병살인’이나 동반자살 같은 비극이 늘고, 가족 간 불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올해 4월 서울에선 파킨슨병 등을 앓는 아내를 돌보던 60대 남성이 아내를 숨지게 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2021년 대구에서 20대 청년이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은 청년들의 ‘독박 간병’ 문제를 밖으로 드러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간병 부담이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가족에게만 떠안긴 간병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간병비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경우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당정 대책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게 ‘요양병원 간병 지원’인데, 이것도 재원 마련 대책이 빠져 있다. 이 사업을 본격 시행하려면 건보 적용이 불가피하고, 건보재정 악화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간병비 급여화에는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한다. 당정은 야당과 머리를 맞대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면서 건보재정 건전성도 지키는 해법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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