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이브 선물 같은 … 한덕수 총리의 깜짝 주례
"오랜 사랑이 가장 애틋한 사랑"
총리 덕담 들은 신랑신부 감동
55년간 1만4천쌍 무료 웨딩
신신예식장 창업자 별세에
"작은 도움 주고파" 주례 결심
"정말 깜짝 놀랐어요. 총리님이 주례 선생님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낮 12시 40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신신예식장 내 홍실. TV와 신문에서만 봤던 노신사가 주례석에 들어서자 신랑과 신부를 비롯해 하객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례석으로 들어선 이가 바로 한덕수 국무총리였기 때문이다.
이날의 주인공은 26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김정석(62·가명)·정해수 씨(52·가명)였다. 젊은 시절 여러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잊고 지내다가 최근 동생의 권유로 이날 웨딩마치를 울린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주례사에서 "새로운 것이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인생에는 오래될수록 좋은 게 더 많다"며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고 여기 신신예식장도 그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한 총리는 이어 "두 분은 이미 26년간 희로애락을 같이해온 부부다. 여느 부부처럼 칼로 물 베기를 했고 서로 생채기를 냈어도 덧나지 않게, 늦기 전에 화해하고 서로 다독였기에 이 자리에 선 것 같다"며 "세상에 여러 가지 사랑이 있지만 가장 애틋한 사랑은 오래된 사랑이다. 열심히 일하고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면서 서리 내린 머리로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들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 두 부부뿐만 아니라 병마를 이겨내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딸과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아들도 꼭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세상을 살아 보니 내 맘과 같진 않다. 희망을 놓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다 보면 바람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한 총리는 주례를 마치고 신랑·신부와 기념촬영을 하면서 "김치·참치는 하지 않으세요? 사진 찍을 때 그러지 않나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주례는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던 백낙삼 씨(93)가 지난 4월 별세했다는 소식을 한 총리가 접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한 총리는 신신예식장이 50년 넘게 무료 예식 봉사를 해왔다는 것을 알고 올해 안으로 주례를 서야겠다고 결심했고 일정 조율이 이달 중순께 이뤄졌다.
일정이 정해진 뒤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한 총리가 '깜짝 주례'를 서기로 한 부부가 개인 사정으로 지난 19일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했고 한 총리의 주례도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이날 다른 부부의 예약이 곧바로 잡히면서 한 총리도 예정대로 주례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신신예식장은 1967년 고(故) 백낙삼 씨가 창업해 올해 4월 작고하기 전까지 약 55년 동안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1만4000여 쌍의 예식을 무료로 지원해왔다. 현재는 백낙삼 씨의 아내인 최필순 여사와 아들인 백남문 신신예식장 대표(53)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총리는 "예식장 창업주인 고 백낙삼 씨는 별세하기 전까지 사진은 물론 예복과 식장까지 제공하며 어려운 이들의 꿈을 이뤄주셨다"면서 "백낙삼 씨가 별세한 이후에도 부인과 아들이 부친의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고 꼭 한번 내려와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남문 대표는 "총리님께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일부러 내 와주셔서 너무 영광이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흔쾌히 오시기로 했다"며 "부친께서 신신예식장을 100년간 이어가는 게 꿈이셨던 만큼 그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 40년 이상은 지금처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김 모씨는 "나랏일로 바쁠 텐데 먼 데까지 이리 와주셔서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날씨도 좋고 총리님까지 주례를 서주셔서 앞으로 이 가족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창원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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