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안정되니 쌀값 급등 … 아시아에 식량위기 오나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3. 12.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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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40% 올라 15년만에 최고
엘니뇨로 주요국 생산량 급감
인도 수출금지도 공급에 타격
아시아 인플레이션 지속될듯

아시아 사람들이 주식(主食)으로 먹는 쌀 가격이 최근 고공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엘니뇨(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으로 가뭄이 발생하면서 주요 생산국의 수확량이 떨어진 데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인도 등이 쌀 수출 중단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아시아 국가 전반에서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이나 인도는 물가 상승분의 50~70%가량이 식량 가격 인상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의 경우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1%를 기록했다. 미국 3.1%나 유로존 2.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준 품목은 쌀값으로, 무려 상승 요인의 30%를 차지했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한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밀을 주재료로 한 빵이 주식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흐름이 바뀌었다. 밀 국제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 초 수준으로 돌아선 반면, 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안정적인 흐름으로 시작했던 쌀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초 대비 40%나 올랐다.

태국 쌀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백미(100%) 1t 가격은 666달러(약 86만원)로 올해 들어 약 40% 오른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쌀 국제 선물 가격도 최근 6개월 새 10% 이상 올라 100㎏당 17.39달러까지 치솟았다.

쌀 소비의 80%는 아시아권에서 이뤄진다. 쌀 가격 상승은 아시아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쌀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기상 문제로 꼽힌다. 해수면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올봄부터 발생하면서 동남아시아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을 일으켜 수확량이 급감한 것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전 세계 쌀 생산량이 올해 5억1000만t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엘니뇨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추정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5억t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올해 소비량은 5억2000만t으로 전년 대비 0.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쌀 생산은 아시아 주요 국가가 8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이 30% 점유율로 세계 1위이고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순이다. 중국은 생산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비한다. 수출 분량은 10%도 안된다.

반면 인도는 그동안 쌀 생산량의 40%를 수출해왔다. 올해 하반기 들어 쌀 가격 급등 요인에는 인도가 7월 단행한 쌀 수출금지 조치가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며 인도 전체 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비바스마티종의 백미 수출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인도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6%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 상승 요인의 70%는 식량 가격 인상으로 분석된다.

최근 2%대로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돌아섰지만 인도네시아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물가를 잡기 위한 쌀 수출 중단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15년 전 투기자금 유입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격히 뛰어 식량위기로 커졌던 2008년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당시 쌀 가격의 경우 두 배 이상 뛰기도 했는데, 최근 흐름이 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닛케이는 동남아의 경우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50%로 높아 식량 가격 인상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 국민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것 외에 절약 방법이 없고, 정부로서는 정책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 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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