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상 소감, 챔피언 퍼팅보다 긴장됐죠"
이정은 이후 4년만 韓신인왕
1승 포함 톱10 6회 맹활약
"올해 내 점수는 85점 만족"
동료들 사이선 '인싸'로 통해
"새 친구들 덕에 빠르게 적응,
한국 선수들 더 많이 왔으면"
"4주 정도 수상 소감을 준비해서 달달 외웠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도 제 말에 귀 기울이던 참석자들이 박수 쳐줬던 게 생각났어요. 와, 진짜 떨렸네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시즌 신인왕에 오른 유해란이 지난달 LPGA 시상식에 올랐을 때를 떠올리면서 한 말이다. 올 시즌 LPGA 투어에 진출해 지난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던 그는 로즈 장(미국)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신인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2019년 이정은 이후 4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래도 수상 소감이 못내 아쉬웠는지 유해란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뭔가 아쉬웠다. 우승을 확정 짓는 챔피언 퍼팅 순간보다 영어로 수상 소감을 얘기하는 게 더 떨렸다"고 돌아봤다.
유해란은 미국 진출 첫해에 뜻깊은 성과를 냈다. 1년 전 유해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골퍼 중 유일하게 LPGA 투어 문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덜컥 퀄리파잉시리즈 수석을 차지했다. 1~2월을 건너뛰고 3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LPGA에 데뷔한 유해란은 첫 대회부터 공동 7위에 올랐다. 그리고 2023시즌 1승을 포함해 톱10에 6차례 오르고 신인상을 받았다.
유해란은 "아쉬웠던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한 시즌을 열심히 치러 우승을 하고, 신인상도 받아 만족스러웠다"며 "(100점 만점에) 85점의 시즌이었다"고 자평했다. 유해란이 스스로 올해 가장 잘한 일로 꼽은 건 "LPGA 대회를 최대한 많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유해란은 국내 대회에 나서지 않고, LPGA 투어에 집중했다. 꾸준하게 출전하다 보니 이번 시즌 한국 선수 중에 가장 많은 대회(25개)와 라운드(92개)를 소화했다.
유해란은 "최대한 미국 코스에 빨리 적응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원하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오니까 잠시 후회도 했다. 그래도 시즌 중반 이후 메이저 대회가 연이어 열리고, 가을을 넘어가는 시점에 우승하면서 막판에 잘 풀렸다"고 말했다. 올해 4주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도 경험했던 유해란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더라. 내년에는 좀 더 영리하게 일정을 짜서 시즌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미국 무대를 누비면서 골프 외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유해란이 거둔 또 다른 소득이었다. 평소 성격이 외향적인 유해란은 로즈 장, 인뤄닝(중국) 등 또래 동료 골퍼들 사이에서 친화력 좋은 '인싸(인사이더)'로 꼽힌다.
유해란은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대회가 끝나면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대화도 하고 즐겁게 보낸다. 같이 여행하는 마음으로 한 시즌을 다 함께 보내면서 스트레스도 푼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비행기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지역마다 맛있는 음식, 특산물을 접하는 건 LPGA 활동을 하면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한국 무대에서 유해란 혼자 미국으로 진출했지만 내년에는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 등 KLPGA 투어 출신 3명이 LPGA 투어에 나선다. 내년 미국 무대에서 함께 뛸 KLPGA파가 기대된다는 유해란은 "더 많은 한국 선수들과 함께 LPGA 무대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싶다"고 바랐다.
유해란은 다음달 LPGA 투어 시즌 첫 대회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월 18~21일)에 나선다. 이후 베트남 전지훈련을 치른 뒤 본격적인 'LPGA 2년 차'를 맞이한다. 올 시즌 LPGA 투어 그린적중률 4위(75.4%)에 오른 만큼 아이언샷에서 강점을 보였던 유해란은 "올 시즌 그린 주변 숏게임은 아쉬웠다. 동계훈련 때 집중적으로 가다듬을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해란이 내년에 도전할 만한 무대도 있다. 파리올림픽이다. 현재 유해란의 세계랭킹은 30위.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6위), 김효주(7위), 신지애(15위), 양희영(16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상반기 성적에 따라 충분히 올림픽에 도전할 위치에 있다.
유해란은 "운동선수 하면 올림픽이다. 나갈 수 있으면 행운이겠지만, 아직 내가 가기에는 큰 무대"라면서 조심스러워했다. 그래도 2019년 프로 데뷔 후 매년 1승 이상 거뒀던 유해란 역시 충분히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다. 유해란은 "내년에도 컷 탈락 없는 꾸준함을 지키면서 어떤 대회에서든 우승을 또 한 번 경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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