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의 행복'… 끼니 거르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쉼터'

박동환 기자(zacky@mk.co.kr) 2023. 12. 24.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고픈 청년이 든든하게 한 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만큼은 따뜻해졌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밥 한 끼 마음 놓고 먹기 어려운 때이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 청년을 위한 따뜻한 식당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따뜻한밥상'은 2017년 이문수 신부가 '청년밥상문간'이라는 이름으로 성북구 정릉동에 식당을 열며 시작했다.

청년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천주교 신부들과 개신교 목사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번째 매장 낸 '따뜻한밥상'
교회·봉사단체 지원받아 운영
'돼지 김치찌개' 메뉴 한가지
식당 백반가격의 절반도 안돼
"누구나 와서 먹을수 있는 곳
고물가시대 함께 사는 지혜"
청년에게 저렴한 한 끼를 제공하는 서울 동작구 따뜻한밥상을 지난 22일 방문한 손님이 식사를 하기 위해 밥을 푸고 있다. 이충우 기자

"배고픈 청년이 든든하게 한 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만큼은 따뜻해졌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밥 한 끼 마음 놓고 먹기 어려운 때이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 청년을 위한 따뜻한 식당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지난 22일 찾은 서울 동작구 숭실대입구역 인근 '따뜻한밥상'에는 전국을 강타한 한파에도 청년이 삼삼오오 몰려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골목 안쪽에 마련된 2층 구조의 단독주택을 개조한 평범한 밥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밥집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가게 메뉴는 김치찌개 단 한 가지. 1인분 가격은 3000원으로 서울 시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했다. 돼지고기와 두부 같은 재료가 넉넉히 들어가 있고 밥도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이곳을 찾은 한 대학생은 "3000원이면 운영하기도 어려울 텐데 이렇게 도움을 주는 식당이 있어 감사하다"며 "오늘 받은 것을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사회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청년의 한 끼'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청년이 식사를 거르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예컨대 경희대는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간 일주일에 세 차례 1000원에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려대·국민대·성신여대 등에서도 학생들이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사업에 동참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유럽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도 대학생들이 물가 상승 부담으로 식대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따뜻한 밥상이 내건 3000원 김치찌개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에 따르면 서울 김치찌개 백반의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7923원이었다. 서울 시내 백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김치찌개를 판매하는데 손님들은 "인근 가게 중 맛도 최고"라고 호평을 내놨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성용 목사는 "인근 대학생들이 주된 손님으로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하루에 40~50명이 찾는다"며 "학기 중에는 80~90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박 목사가 매일 근무하고 자원봉사자 3명이 번갈아가며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러 단체와 교회에서 지원을 받아 식재료와 임대료 일부를 충당해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평일에는 식당으로 운영하고 주말에는 교회로 변신해 예배도 드린다. 박 목사는 "방문하는 손님 중 '제가 들어와서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 분이 많다"며 "우리 가게는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이 오셔서 드셔주시는 게 매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밥상'은 2017년 이문수 신부가 '청년밥상문간'이라는 이름으로 성북구 정릉동에 식당을 열며 시작했다. 청년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천주교 신부들과 개신교 목사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이후 '따뜻한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식당을 설립해 현재 13호 매장이 나왔다. '따뜻한밥상'은 서울 연신내·홍제동·마천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창원, 의정부, 청주, 평택 등 전국에 들어섰다. 박 목사는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적 상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뻔한 가운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 뭐가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