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일단락됐지만···이사회 독립성 등 숙제 여전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진행한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차남 조현범 회장을 밀어내려던 ‘형제의 난’이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한국앤컴퍼니는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등의 산적한 난제를 시장에 재확인시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를 내세워 오는 25일까지 공개매수 방식으로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1931만5214주(20.35%) 이상 확보하려 했지만 영업일 기준 마지막날인 지난 22일 최소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서 응모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시작 열흘 만에 매수 가격을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과 사촌 기업인 ‘백기사’ 효성첨단소재가 등판하는 등 조 회장 우호지분이 늘면서 결국 판을 엎지 못했다.
MBK파트너스가 확보한 지분은 조 고문(18.93%),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 차녀 조희원씨(10.81%) 등 30%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반면,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42.03%)에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4.41%)과 효성첨단소재(0.75%)까지 확보하면서 47%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승세가 한쪽으로 기울자 주가도 공개매수 가격 2만4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1만7000원대에 그쳤다.
장남이 주도한 형제의 난은 실패했지만, 한국앤컴퍼니의 ‘총수 리스크’는 언제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국내 1위, 세계 6위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보유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로 평가된다. 지난 3분기에는 신차용 타이어와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호조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
다만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조 회장은 수년간 횡령·배임·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사익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위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사실상 조 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게 현실이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3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에서 조 회장이 물러나고 사외이사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조 회장의 장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측근이다.
이에 익명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부 인사를 의장으로 앉혔지만 이사회 독립성이 확보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사내이사인 이수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 이사회는 올해 초 그룹과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조 회장의 보수를 더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앤컴퍼니 등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총수와 경영진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사외이사가 이들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 시도는 총수의 부적절한 경영, 경영진의 무능력함 등을 규율하는 효과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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