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썰매 대신 거리 달리는 산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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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든 기억은 모두 잊고 산타 버스에서 행복한 기운만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손잡이 꼭 붙잡는 것 잊지 마시고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는 "언젠가부터 삶이 각박해진 탓인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안 느껴졌다"며 "그래서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만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받아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 산타 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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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민
시내버스 21년째 운행 이어와
"승객과 따뜻한 마음 나누고파"
이웃 돕는 '산타 정신'도 실천
3천만원 모아 복지재단 기부
매달 쌀 30포대 나눔 봉사도
"승객 여러분,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든 기억은 모두 잊고 산타 버스에서 행복한 기운만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손잡이 꼭 붙잡는 것 잊지 마시고요, 메리 크리스마스."
천안에선 산타클로스가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에 타는 대신 버스를 직접 운전한다. 매년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약 한 달간 새천안교통 600번 버스는 산타 버스로 변신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꼬마전구, 양말 주머니, 인형으로 버스 내부를 가득 채워놓고 승객을 맞이한다. 천안의 명물로 자리 잡은 산타 버스를 21년째 운행 중인 최영형 기사(59)를 최근 매일경제가 만났다.
산타 버스 가동 준비는 11월 초순에 시작된다. 버스에 어울릴 조명과 장식을 직접 골라 꾸미다 보면 보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최 기사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올해는 더 화사한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200만여 원에 달하는 신형 배터리를 구매했다"며 "산타 버스 준비에 사비로 4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최 기사는 1년 중 어느 때보다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야 할 연말이 점차 삭막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산타 버스 운행을 결심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삶이 각박해진 탓인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안 느껴졌다"며 "그래서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만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받아 가시길 바라는 마음에 산타 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느새 산타 버스는 천안 거리의 명물이 됐다. 연말이면 소셜미디어에 산타 버스 운행 노선과 시간이 공유된다. 21년간 운행하며 팬들도 생겼다. 그는 "지난해엔 단체로 찾아온 산타 버스 팬 수십 명이 한 정류장에서 탑승해 애를 먹기도 했다"며 웃었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산타 버스에서 최 기사는 DJ를 겸임한다. 승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덕담을 나눈다. 특히 꼬마 손님들에게는 사탕과 과자 등 선물이 보너스로 제공된다. 최 기사는 "일상에 지쳐 어두운 표정으로 버스에 오른 승객들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며 나도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산타 버스는 단순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만 내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자는 산타클로스 정신도 실천하고 있다. 최 기사는 2005년 소년·소녀가장과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한 모금함을 버스에 설치했다. 지난 18년간 3000만원을 모금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는 설명이다. 최 기사는 '쌀 나눔' 봉사도 함께한다. 매달 복지센터 등에 쌀 30포대씩을 기부하고 있다.
최 기사는 "삶이 각박하지만 산타 버스에 올라탄 승객들만큼은 행복한 기운을 받아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천안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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