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글로벌 긴축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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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글로벌 긴축 시기 기준금리 인상폭은 캐나다 4.75%포인트, 호주 4.25%포인트, 한국 3%포인트 등이다.
중국은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려 경기를 부양했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긴축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짭짤하게 실속을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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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스포츠 경기가 끝났을 때도 승패와 함께 경기 기록이 남는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은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이라는 '시험'을 치렀다. 급등하는 물가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이라는 긴축정책을 통해 실력 발휘를 했다. 2023년 말 이 시험은 일단락됐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각국의 성적은 어떨까.
단연 미국의 성적이 눈에 띈다.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5.5%로 총 5.25%포인트 올렸다. 선진국 중에서 상승폭이 가장 크다. 그 결과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로 5.9%포인트 떨어졌다.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이 함께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물가를 잡은 미국의 긴축정책은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다른 나라 사정은 미국 같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비슷한 기간 금리를 4.5%포인트 올려 한때 10.7%까지 치솟았던 물가를 2.4%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은 0.7%로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물가는 잡았지만 경기는 침체에 빠졌다. 영국도 기준금리를 5.15%포인트 인상해 물가상승률은 4.9%포인트 떨어뜨렸지만 올해 성장률은 0.5%에 불과하다.
한국 호주 캐나다 등의 성적도 대동소이하다. 글로벌 긴축 시기 기준금리 인상폭은 캐나다 4.75%포인트, 호주 4.25%포인트, 한국 3%포인트 등이다. 인상폭이 미국보다 작다. 물가상승률 하락폭은 캐나다 5%포인트, 호주 3.5%포인트, 한국 3%포인트 등이다. 2023년 성장률 전망은 캐나다 1.3%, 호주 1.8%, 한국 1.4% 정도다. 미국만큼 물가를 잡지도 못했으면서 성장률은 미국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유럽을 포함해 이들 국가는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뻔한 경험을 했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을 따라가지 않았다. 중국은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려 경기를 부양했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중국은 금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로 고전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후광으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출하면서 성장률을 2%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긴축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짭짤하게 실속을 챙긴 셈이다.
2024년에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된다. 글로벌 긴축 국면이 끝나고 '확장' 국면이 시작된다. 미국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긴축 때처럼 미국을 따라가는 것은 '편한' 정책이다. 하지만 글로벌 긴축 국면이 보여준 교훈은 분명하다. 미국을 따라가는 정책을 펴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자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한국은행도 감춰둔 실력이 있다면 유감없이 발휘해야 할 때다.
[노영우 (국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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