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마굿간, 고난 현장'에서 부른 성탄 새벽송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시작 6개 천막 농성장에 성탄 소식 전해
"고난 받으신 예수님 고난 받는 이들 존엄 외쳐"
방한 용품과 떡 성탄 선물 나눔도
"마굿간 찾아간 목자들처럼 고난 받는 이웃들에 관심을"
"내년 봄에는 천막에도 봄 오길 기도" 새벽송 순례단에 감사
고난함께 성탄예배 25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진행
많은 교회들이 성탄절을 맞아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역 소외이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교회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소외이웃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고 위로의 시간을 갖는 가하면 방한용품과 생필품을 가득 담은 나눔 박스로 온정을 전하고 있다.
평화교회연구소를 비롯한 13개 교회·단체들은 23일 오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을 진행했다.
낮은 자리에 오신 아기 예수를 따라 고난받는 이들이 머무는 현장을 찾아 위로하고,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이 벌써 10년을 넘어섰다.
올해 새벽송 순례에는 평화교회연구소와 고난함께, 새민족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13개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70여 명이 참여했다.
새벽송 순례는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시작해 '명동재개발 2지구 세입자 농성장', '세종호텔 정리해고노동자 농성장', '구 노량진 수산시장 농성장', '고 방영환 열사 농성장', '전장연 장애인권리입법제정 촉구 농성장',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국회 농성장'까지 이어졌다.
"기쁘다 구주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온 교회여 다 일어나 다 찬양하여라"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에 안치된 희생자 영정과 위패 앞에서 성탄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유가족들은 북극 한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온전한 애도는 참사의 사실과 원인 규명, 책임과 처벌, 재발방지와 예방이라는 외침이 400일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김민아 간사는 "스스로 고난 받는 자로 오셔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그들의 존엄을 온몸으로 외치신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기도했다.
이어 "예수님이 사랑하는 고난 받는 이들 모습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본다."고 고백했다.
새벽송 순례단은 전세버스를 타고 '명동재개발 2지구 세입자 농성장'과 '세종호텔 정리해고노동자 농성장', '구 노량진 수산시장 농성장', '고 방영환 열사 농성장', '전장연 장애인권리입법제정 촉구 농성장'을 찾았다.
순례단은 재개발로 생존권에 위협을 당하고 있는 세입자들과 부당해고로 장기 농성중인 정리해고 노동자들, 생존권 투쟁에 나선 수산시장 상인들 그리고 택시노동자 생존권을 투쟁하는 이들, 이동권과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들에게 힘껏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노래했다.
"구세주 탄생했으니 다 찬양하여라. 이 세상에 만물들아 다 화답하여라"
"죄와 슬픔 몰아내고 다 구원하시네 다 구원하시네 다 구원 구원하시네"
명동재개발2지구세입자대책위 홍정희 위원장은 "이번 성탄절 기도제목은 남은 9가구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이 천막 농성장에도 봄이 오는 것"이라며, "새벽송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된지 3년째를 맞는 세종호텔 노동조합 고진수 지부장은 "해고되고 3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라며, "마음 한쪽이 울적했는데 새벽송을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정한 간사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데 장애인들은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는 것을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탄절을 맞아 연대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순례단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방한용품과 떡을 전달했다.
새벽송 순례단이 쉴새없이 농성장을 다니는 사이 밤이 찾아왔다.
순례단의 발걸음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 국회 농성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 예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순례단은 스마트폰 불빛을 밝히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새민족교회 황푸하 목사는 "다시는 슬픔도 없고 죽음이 없는 그 곳, 가장 안전한 그곳에서 희생자들이 평화를 누비게 되기를 빈다."고 기도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참사로 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로 나선 이들의 투쟁을 주님께서 지지해주시고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이 성탄절을 맞아 왕의 궁전이 아니라 마굿간으로 찾아간 목자들처럼 고난받는 이들의 농성장과 분향소를 찾아 예수의 사랑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김상민 씨(고 김연희 씨 아버지)는 "큰 건 아니지만 하늘로 간 자녀들이 하늘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상징물을 만들었다."며, 순례단에 별 뱃지를 선물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억울한 우리 아이들 한을 풀어달라고 하나님 앞에 1년 동안 기도하고 있다."며, "추운 날씨에도 저희들을 위로해주시고 연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3년 고난받는이들과 함께 하는 새벽송은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시작해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농성장에서 마무리했다.
새벽송 순례단의 한 참가자는 "성탄전야 국회 앞 농성장이 대한민국의 마굿간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난 받는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은 25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도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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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jy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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