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시간이 7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플라스틱 계속 써야 하나요?”
지난 21일 오전 11시쯤 경기 성남 중앙초등학교 5학년 한 교실, 학생들이 이마트 노브랜드에서 만든 ‘딸기 블랙커런트 오트 쿠키’의 겉 비닐 포장을 뜯었다. 학생들은 뜯은 쿠키를 바로 먹지 않고 속 포장까지 살폈다. 두꺼운 책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트레이(쟁반)에 개별 비닐 포장 8개가 담겨 있었다. 개별 포장을 다시 뜯으니 비로소 쿠키 3개가 나왔다. 쿠키 24개를 포장하기 위해 크고 작은 비닐 포장지 9개, 플라스틱 트레이 1개가 쓰였다. 양효은양(11)은 “비닐, 트레이, 낱개 포장까지 3겹으로 포장했다”라며 “불필요한 포장이 많아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성남 중앙초 5학년 학생들은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에 편지를 썼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 만들기(유자 학교) 프로젝트가 진행하는 캠페인 중 하나다. 유자 학교는 아름다운재단과 ‘일과 건강’이 진행하는 환경 활동이다. 학생들은 유해물질·플라스틱 등의 사용 실태·저감 필요성을 알리는 교육·캠페인 콘텐츠를 교사들과 함께 개발해 수업에 활용한다.
쿠키, 김 뜯어보니
학생들은 이날 노브랜드 쿠키와 도시락 김, 해태제과의 홈런볼 과자등의 포장을 면밀히 살폈다. 이어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를 논의해 발표했다.
학생들은 과자와 김이 ‘과대 포장’ 됐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플라스틱 트레이와 개별 포장까지 해서 쓰레기가 많이 생기고 환경이 오염된다”라며 “종이 상자에 한꺼번에 넣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도 “쿠키는 특히 다른 과자보다 상대적으로 딱딱해 잘 깨지지 않아서 전혀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락용 김을 보고는 “비닐을 얇게 해서 포장을 안 할 수 있는데, (부피가 크게 보이려고) 굳이 높게 해서 트레이 포장을 했다”라고 봤다.
해태제과 홈런볼은 초콜릿 맛과 커스터드 크림 맛으로 나눠 분석했다. 초콜릿 맛 과자 포장에서는 종이 트레이가, 커스터드 크림 맛 포장에서는 플라스틱 트레이가 나왔다. 초코맛을 택한 6조의 김예준군(11)은 “플라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등 불안감이 있었는데, 종이로 포장하면 분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정유진양(11)은 “앞으로도 양이 좀 적지만 플라스틱 트레이가 없는 초코맛을 고를 것 같다”라며 “지구가 아파하고 있고, 7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이라도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7년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탄소 예산’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한’이다.
학생들은 분석을 마친 뒤 노브랜드에 편지를 썼다. 서동원군(11)은 편지에 “개인, 그룹의 이익만을 위해서 쓰레기를 더 생산한다면 미래에 지구가 위험해질 수 있다”라며 “편의성을 위해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학생들은 노브랜드의 홍보 문구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와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를 만드는 것” 등 문구를 찾아 이용하기도 했다. 양 양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라면서 왜 소비자가 줄여달라고 하는 플라스틱은 줄이지 않냐”라며 “소비자는 플라스틱·트레이를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고 원하고 있으니, 업체의 생각과 다른 소비자들의 진짜 생각을 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문제’로 찾은 노브랜드, 변화로 이어질까
유자학교는 지난해 학생 조사에서 캠페인 대상으로 ‘노브랜드’를 정했다. 고금숙 유자학교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노브랜드’에 트레이가 많은데 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냐‘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라며 “만약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변화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노브랜드를 더욱 좋아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정책은 후퇴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시민들이 진행한 캠페인 등 영향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를 아예 없애거나, 종이 트레이로 대체하고 있다. 유자학교 프로젝트의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고 이날 수업을 진행한 남세은 중앙초 교사는 “요즘에는 기업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변화하고,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학생들에게도 내 목소리를 누군가 듣고 반영하는 경험을 주고, 사회에 참여하는 연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자학교는 지난 8월부터 8~9개 학교 학생들이 ’트레이를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인터넷 페이지에 모아 이달 초쯤 이마트에 전달했는데 응답은 받지 못했다. 이날 학생들이 쓴 편지는 실물로 이마트에 보낼 계획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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